통신회사에 다니는 이진경 대리(가명.34)는 큰 맘을 먹고 서울 잠실에 아파트 한 채를 장만했다. 은행서 빌린 돈은 주택담보대출 7천만원(금리 연 6.5%)과 신용대출 2천만원(연 8.9%). 이 대리는 직장도 집에서 가까운 컨설팅회사로 옮겼다. 연봉 3천5백만원을 받던 그는 전직하면서 20% 더 받게 됐다. 이 대리가 연봉협상을 끝낸 후 가장 먼저 찾은 곳은 은행. 그는 은행에 관련서류를 제출하고 연 8.9%이던 신용대출 금리를 8.1%로 0.8%포인트 깍았다. 매년 약 16만원을 절약하게 된 셈이다. 앞으로 이같은 모습을 은행 창구에서 자주 볼 수 있게 됐다. 은행연합회가 최근 "개인 대출고객 금리인하 요구제도 시행안"을 마련,고객이 자신의 신용도가 좋아지면 은행에 대출금리 인하를 요구할 수 있도록 했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은행들은 기업고객에만 대출금리 인하요구권을 인정해왔다. 시행안에 따르면 개인고객들은 직장 변동 연소득 변동 직위상승(승진) 전문자격증 취득 거래실적 변동 등의 경우 객관적인 증빙자료를 첨부해 대출금리를 낮춰달라고 요구할 수 있다. 세부기준은 각 은행들이 별도로 정하게 되지만 직장변동의 경우 중소기업에서 대기업으로,비상장회사에서 상장회사로 전직한 경우 등이 해당된다. 또 연소득 변동은 근로소득자 평균 임금상승률의 두 배 이상 오른 경우면 금리인하 요구가 가능하다. 작년 기준이면 연봉이 15% 이상 올라야 한다. 전문자격증 취득은 공인회계사 세무사 법무사 변리사 등이 인정되며 은행이 정하는 고객 등급이 상승한 경우 거래실적의 변동에 해당될 수 있다. 금리인하 요구를 할 수 있는 대출은 만기일시상환 방식의 "변동금리부 가계신용대출"이다. 부동산담보대출 전문직대출 우량업체임직원대출 등은 모두 제외된다. 금리인하 신청은 신규 대출일이나 대출기한 연장일로부터 3개월 이후부터 가능하며 금리인하 신청횟수는 최고 연 2회로 제한된다. 6개월 이내 동일한 사유로 재신청할 수 없다. 금리인하 요구제는 다음달부터 본격 시작될 예정이지만 시행시기는 은행별로 차이가 있다. 시중은행 가운데 가장 먼저 도입한 우리은행은 지난 28일부터 시행에 나섰다. 이 은행은 고객이 금리인하를 신청할 경우 영업일 기준 5일 이내에 심사결과를 통지해주기로 했다. 신용평가수수료 등 심사비용(5천원)은 고객 부담이다. 신한은행은 4월10일부터 적용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현재 약관변경 작업을 진행중이다. 고객 신용도에 따라 대출금리폭을 9단계로 운용하고 있는 신한은행은 고객의 요구가 합당할 경우 고객 신용등급을 상향조정하는 방식으로 금리를 깍아줄 방침이다. 이 은행의 고객 등급별 금리차는 0.5%포인트다. 외환 국민 조흥은행 등도 금리인하 요구권을 대출약정서에 반영,다음달중 시행키로 했다. 하나은행 농협 등은 5월에,한미 제일 기업은행 등은 6월에 각각 시행할 계획이다. 조재길 기자 ro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