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싱크탱크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는 최근 미국-이라크 전쟁 시나리오별로 국제 유가에 미칠 영향을 분석한 보고서를 냈다. 보고서는 미국이 전쟁에서 쉽게 이길 경우 미국이 이라크군의 강력한 저항을 받을 경우 전쟁이 확산되는 최악의 경우 등 3가지 시나리오를 가정해 국제 유가를 예상했다. 현재 전황은 첫번째 시나리오에서 두번째 시나리오로 점차 옮겨가는 조짐이어서 유가에 대한 걱정이 커지고 있다. CSIS의 보고서를 요약한다. 미국이 쉽게 이길 경우 국제 유가는 2.4분기중 배럴당 평균 25달러 정도, 3.4분기엔 20달러선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 경우에도 이라크의 원유 생산이 3개월 정도 멈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3.4분기에는 하루 2백만배럴 정도까지 생산할 수 있을 전망이다. 이라크가 원유 생산을 중단하는 기간에는 다른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부족분을 메우게 된다. 특히 사우디아라비아는 하루 2백50만배럴을 더 생산할 방침이다. 전쟁 초기에는 원유 수급에 대한 불확실성과 시장 심리불안으로 유가가 오르지만 OPEC의 증산으로 하반기 들어 떨어진다는 시나리오다. 강한 저항을 받을 경우 전쟁의 승패를 가르는 주요 전투는 몇주 안에 끝나지만 산발적인 저항이 이어져 전쟁이 장기화 조짐을 보일 경우다. 전쟁 전망이 불투명해지면서 이라크산 원유는 적어도 6개월간 생산이 중단된다. 이슬람권에 반미 정서가 확산돼 GCC(페르시아만 연안 협력회의) 회원국들의 원유 증산도 어려워진다. 원유 부족에 대한 불안과 유가가 더 오를 것이라는 전망 때문에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은 나라들은 석유 비축량을 늘리게 된다. 때문에 2.4분기와 3.4분기에 국제 유가는 배럴당 40~50달러선까지 뛸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4.4분기에는 배럴당 30달러까지 떨어진다. 세계경기 침체와 이에 따른 원유 수요 감소 때문이다. 이때 형성된 유가는 내년에도 그대로 이어질 전망이다. 최악의 경우 이라크군의 강력한 저항으로 미군 사상자가 속출하고 이라크는 스커드 미사일 탄두에 화학 무기를 실어 이스라엘 인구 밀집지역을 향해 발사하는 경우다. 이스라엘의 보복 공격으로 전쟁 양상은 더 복잡해진다. 이런 시나리오라면 2.4분기에 국제 유가가 배럴당 80달러까지 치솟게 된다. 주요 선진국들의 부동산가격이 폭락하고 소비심리가 급속히 냉각되는 등 세계경제는 급속히 악화된다. 석유 소비량이 2.4분기 말께부터 급격히 줄어 배럴당 60달러로 떨어지고, 4.4분기에는 50달러선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2004년에는 배럴당 평균 40달러 이상을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수진 기자 park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