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 레이크랜드 GC] 여유와 낭만…공원을 닮은 필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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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크랜드 골프 클럽은 골프 코스라기 보다는 하이드 파크나 센트럴 파크를 닮은 한적한 공원이라 불러도 좋을 듯하다.
기복이 거의 없는 넓은 코스는 사계절 언제고 푸른 잔디로 잘 정돈되어 있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이 홀 곳곳에는 수초가 무성하게 자란 호수가 필드의 풍경을 지배하고 있고 심지어 작은 강 하나가 골프장을 관통해 흐르고 있을 정도다.
라운드 도중 제법 긴 다리를 건너다녀야 하는 독특함을 맛보는 것도 이 때문.
간혹 호숫가에서 한가롭게 노닐던 펠리컨과 이름 모를 물새들이 그린으로 올라오기도 한다.
여유와 적막이 흐르는 라운드에 유일한 갤러리가 되어주는 셈이다.
챔피언십을 치뤄 내기에 손색없는 18홀 규모(파72).
코스 난이도는 대체로 수월한 편이다.
"함정"들이 홀 주변에 도사리고 있지만 결코 억지스럽거나 골퍼들을 약올리기에만 급급하지 않기 때문이다.
몇몇 까다로운 홀들을 제외한다면 누구나 쉽게 라운드를 즐길 수 있는 곳으로 잘 알려져 있다.
그래서 다양한 골퍼들을 수준을 맞추기 위해 모든 박스에는 다섯 개의 티샷 포인트가 일일이 지정되어 있다.
검정,파랑,빨강,노랑,그리고 흰색으로 각각 표시되어 있는데 길게는 6492m(검정)에서 짧게는 4685m(노랑) 까지 각자의 실력에 맞는 라운드 소요 거리를 계산해 놓은 것이다.
홀들은 대체로 굴곡이 심하지 않고 벙커와 호수로 난이도를 조절을 대신하고 있다.
3번 홀의 경우 그린 앞뒤로 벙커가 위치해 온 그린이 여간 까다롭지 않다.
파3이지만 왼쪽으로 짧게 쳐내는 안전한 라운드가 요구되는 홀.
특히 레이크랜드 골프클럽에는 세컨드 퍼스트 샷에서 반드시 호수를 넘겨야 샷을 이어갈 수 있도록 설계된 홀들이 많은 편이다.
대표적인 곳이 파4의 10번 홀.
일단 티 샷 때 눈앞을 가로막은 호수를 넘기기 위해 드라이브를 이용,강한 타구를 날려야 한다.
가장 안전하게 호수를 날아갈 수 있는 방향은 정중앙에서 약간 비껴나간 오른편.
하지만 이 샷을 성공한다고 해서 모든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다.
그린 전방 오른편과 후방 왼편에 각각 벙커가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웬만큼 주의 깊은 샷이 아니라면 결론은 두 가지.
호수에 공을 빠뜨리게 되거나 벙커를 헤치고 나와야만 할 것이다.
10번 홀 외에도 14,17번 홀도 페어웨이가 호수 너머에 펼쳐져 있는 구조.
14번 홀은 바람이 많은 곳인 탓에 핀 위치와 클럽 선택을 상황에 따라 신중히 고려해야만 한다.
17번 홀은 티 박스와 그린 사이에 강이 흐르고 있어 신중에 신중을 요구하는 곳으로 통한다.
레이크랜드 골프 클럽의 유명세에는 골퍼들을 위한 다양한 배려도 한 몫하고 있다.
난이도 별로 구분된 티 샷 포인트 외에도 라운드 전 충분한 연습을 할 수 있는 시설들이 마련되어 있다.
다섯 곳의 퍼팅 연습장과 드라이빙 레인지가 그것.
모두 클럽 하우스 앞 야외에 위치하고 있는데 특히 드라이빙 레인지의 경우 전방에 어떤 장애물도 설치하지 않고 마음껏 샷을 날릴 수 있게 한다.
실제 필드에 나선 것처럼 비거리를 확인해 볼 수 있어 실전과 다름이 없다.
고객의 프라이버시 요구를 위해 개인 실내 연습 공간을 제공하기도 한다.
시원한 음료를 실은 카트가 코스를 순환하며 골퍼들의 휴식을 도우고 있을 정도다.
무엇보다 주목할 만한 것은 한국인 골퍼들을 위해 마련된 편의들.
그다지 많은 수의 한국인들이 이 곳을 찾는 것은 아님에도 불구하고 한글판 안내책자를 늘 비치해 놓고 있다.
뿐만 아니라 클럽 하우스 레스토랑에서는 우리 식의 구이 요리를 즐길 수 있도록 특별 메뉴를 준비해 놓고 있다.
한국에서의 방식 그대로 불판을 휴대용 버너에 올려 고기를 구워 먹을 수 있는 것.
사소한 것 하나까지 짚어내는 레이크랜드의 배려를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이 골프장의 명성은 완벽한 코스 설계에서 남김없이 확인할 수 있다.
이 곳은 전설의 골퍼이자 골프코스 설계자로도 이름을 떨치고 있는 잭 니콜라우스가 호주 최초로 설계한 골프장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클럽 하우스에는 당시 그가 손수 그렸던 설계도의 원본이 전시되어 있다.
잭 니콜라우스가 처음부터 끝까지 책임 진 코스라는 사실은 사람들의 마음을 단숨에 사로잡기도 하지만 골프장 측에도 여간 자랑스러운 일이 아닌 듯.
25년 동안 호주 전역을 돌아다니며 완벽한 골프장을 구상해 오던 끝에 이 곳을 최적지로 결정했다는 얘기는 유명한 일화로까지 전해진다.
글=남기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