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 전쟁의 장기화 우려가 제기되면서 재테크 시장에서는 시중금리가 더 낮아지는 초저금리 논쟁이 거세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에서는 벌써 추가 금리인하 방안을 놓고 논쟁이 일고 있다.


이번 전쟁의 장기화 우려가 제기되자 부시 미국대통령과 그린스펀 의장이 만난 자리에서도 이 문제가 심도있게 논의됐다.


부시 대통령은 전쟁이 장기화될 경우 미국경제에 미칠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인하를 그린스펀 의장에게 요구했다.


반면 그린스펀 의장은 지금과 같은 불확실한 상황에서는 금리를 내리더라도 정확한 경기진단이 이뤄져야 가능하다는 의견을 제시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번 회동을 계기로 미국내에서는 조만간 금리를 내릴 것이라는 시각과 현 수준에서 동결할 것이라는 시각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앞으로 전쟁장기화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면 질수록 추가 금리인하 논쟁은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한국은행이 콜금리를 3%대에서 운용키로한 것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금리인하 논쟁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시장에서는 한국은행이 현재 4.25%인 콜금리를 3%대에서 운용했다는 것은 앞으로 금리를 내리겠다는 의사를 사전에 알리는 일종의 "고시효과(announcement effect)"를 겨냥했다는 쪽으로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한국은행은 콜금리 3%대 운용에 따른 금리인하설을 즉각 부인했다.


3월 22일 상반월 지급준비금 마감일을 앞두고 콜금리를 3%대에서 운용한 것은 재정지출 증가와 SK글로벌 사태에 따른 자금지원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불가피했다는 주장이다.


올들어 우리 경제의 침체가 역력해지고 앞으로 이라크 전쟁,북핵 문제 등에 따른 추가적인 경기둔화 요인이 산적해 있는 점을 감안하면 한국은행의 부인 여부와 관계없이 금리인하 문제는 화두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이런 시각대로 금리가 인하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이론적으로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금리를 내리기 위해서는 최소한 두가지 요건이 충족돼야 한다.


하나는 금리를 내리더라도 금리인하 효과가 검증돼야 가능하다.


이 점에 있어서는 이미 국제금융시장에서 금리인하 무용론과 금리인하 반감론이 제기된지 오래다.


지금처럼 경제주체들이 미래를 불투명하게 생각하는 상황에서는 아무리 금리를 내리더라도 통화당국이 의도한 민간소비와 설비투자가 늘어나지 않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케인즈언의 통화정책 전달경로(Keynesian's transmission mechanism)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얘기다.


또다른 요건은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내릴 수 있는 여지가 있어야 한다.


테일러 준칙(Taylor's rule)과 같은 한 나라의 적정금리를 따지는 여러 방법으로 미국과 한국의 금리수준을 파악해 보면 현금리수준은 경제여건에 비해 낮은 상태다.


따라서 경기를 부양하거나 이라크전쟁 장기화에 따른 충격을 최소화하기 위해 금리를 내릴 수 없다면 재정정책과 자국의 통화가치를 평가절하하는 방안을 생각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이 마저도 여의치 않아 보인다.


각국의 재정적자가 심각한 상황에 몰리고 있고 자국이익만을 감안해 통화가치를 내릴 경우 통화마찰이 불가피하기 때문이다.


주목해야 할 것은 이럴 때 세계 각국들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해 우선순위가 낮은 정책목표를 희생한다는 점이다.


이라크 전쟁 이후 각국들이 다소의 인플레와 재정적자를 감수하더라도 경기회복과 성장에 주력하는 리플레이션(reflation)정책을 강조하는 것은 재정적자를 감수해야 할 것인가 등을 놓고 갈등을 빚고 있는 우리 정책당국자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당분간 재테크 시장도 추가 금리인하 문제와 함께 정부의 정책방향에 따라 움직일 것으로 예상된다.


한상춘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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