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벤처캐피털들의 경영난이 심화되고 있다. 지난 1998년 이후 결성했던 펀드(조합)의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투자자산의 유동화에 비상이 걸렸다. 하지만 증권시장의 침체와 기업공개(IPO)위축 등으로 투자회수 전망이 여전히 불투명하다. 이에 따라 벤처캐피털들 사이에 "유동성위기설"이 확산되고 있다. 지난 2년전 14개 벤처캐피털들이 대출채권유동화증권(CLO)를 통해 빌렸던 5백10억원규모의 자금상환일도 당장 6월로 다가왔다. CLO의 만기일을 연장해주는 등 특단의 조치가 없을 경우 이들 벤처캐피털들의 경영난이 심각해질 것이라는게 업계의 분석이다. 문을 닫는 벤처캐피털들도 줄을 잇고 있다. 벤처캐피털 등록업체는 지난 2000년 1백47개를 정점으로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 작년말 1백28개로 줄었고 올들어서도 2개업체가 등록을 자진반납,1백26개로 줄었다. 유동성위기설과 함께 현재 펀드해체수순을 밟고 있는 업체수까지 감안하면 올해말 벤처캐피털수는 "두자리"숫자로 줄어들 것이란계 업계의 조심스런 분석이다. 유동성을 확보하라=올해 증시침체로 투자업체들이 상장(등록)계획을 연기하면서 벤처캐피털의 투자회수전망이 어둡다. 이같은 상황에서 지난 1998년 설립했던 펀드의 만기일이 다가오면서 벤처캐피털들이 더욱 벼랑끝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 98년 설립된 투자조합은 총 15개로 1천억원규모다. 펀드결성의 규모대비 투자자산비율 등을 감안할 때 올해 만기가 도래하는 펀드규모는 약 8백16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2004년과 2005년에는 각각 만기도래분이 5천8백억원과 1조1천7백억원으로 추정돼 현재 여건이 지속될 경우 "벤처캐피털대란"이 우려되고 있다. 이에 따라 투자자산처분을 통한 유동성확보가 벤처캐피털들의 최대현안이 되고 있다. 현재 벤처캐피털의 투자자산을 매입해주는 세컨더리마켓(2차시장)이 조성됐지만 그 규모가 5백억원에 불과해 업체들의 수요에는 턱없이 모자란 실정이다. 지난해말 현재 벤처캐피털들의 투자자산은 4조원을 훨씬 웃돌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현금이 풍부한 업체들엔 투자자산의 재매입 의뢰가 잇따르고 있다. 또 일부 벤처캐피털들은 등록계획을 연기한 투자회사에 원금보장의 바이백(Buy Back.지분 되사주기)을 요구해 현금을 확보하는 등 극약처방을 강구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새로운 수익모델을 찾아라=불투명한 투자기업공개 전망으로 새로운 수익원찾기에 비상이 걸렸다. 대부분 벤처캐피털들은 회사운영자금이라도 마련하겠다는 차원에서 올들어 다시 영화 음반 등 프로젝트투자를 재개하고 있다. 벤처투자대신 기업인수합병(M&A)이나 지분투자(Buy Out)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KTB 한국기술투자 무한투자 등이 벤처보다는 지분투자사업에 역점을 두기로 했다. 한국기술투자는 코스닥M&A팀을 신설했고 KTB는 벤처투자의 세배에 달하는 2천억원을 지분매입등 기업투자분야에 투자할 계획이다. 벤처를 대신해 기업구조정투자(CRC)에도 한가닥 기대를 걸고 있다. 현재 CRC의 투자대상기업이 부도와 정리기업에서 잠재부실기업으로 확대되는 법안개정이 추진되고 있기 때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벤처투자만으로는 먹고살기 힘들다"며 "관계법 개정 등을 통해 벤처캐피털이 수익모델을 보강하지 않으면 경영난을 탈피하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손성태 기자 mrhan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