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역기능의 해소냐' '표현의 자유냐'로 그동안 찬반 양론이 팽팽했던 인터넷 실명제를 정보통신부가 이르면 하반기부터 공공기관을 시작으로 단계적인 도입에 나서겠다고 하자 이 문제가 또 다시 뜨거운 쟁점이 되고 있다. 정통부는 청와대 업무보고에서 본인확인을 거쳐 실명으로만 의견을 올릴 수 있도록 하는 인터넷 실명제를 우선 공공기관 게시판에서부터 실시한 다음 대형 포털 등 민간에 대해선 여론수렴 절차를 거쳐 실시방안을 결정하겠다고 밝혔다. 명예훼손 인신공격 루머확산 등 이른바 인터넷 역기능을 막기 위해선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시민단체 및 일부 네티즌들은 이 제도가 자유롭게 게시판에 글을 쓸 권리를 침해하는 것이라며 표현의 자유가 억압돼선 안된다고 반발하고 있다. 이 문제는 보는 시각에 따라 견해가 다를 수 있는 양면성이 있다는 점에서 이런 논쟁은 어쩌면 자연스럽다고도 할 수 있다. 하지만 익명성을 이용한 인터넷 역기능이 우려할 수준에 이르렀다는 것은 누구나 인정하는 사실이고 보면 뭔가 해결책이 필요한 시점임에 분명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정부기관의 게시판은 비판이나 대안 제시와는 거리가 먼 거의 욕설에 가까운 글들로 채워져 게시판이라기보다는 사실상 '욕설마당'에 가까웠다. 이 때문에 정통부를 비롯한 9개 공공기관의 게시판에서는 이미 인터넷 실명제를 도입,운용하고 있기도 하다. 이후 익명성을 맘껏 활용한 욕설들이 많이 사라졌음은 물론이다. 이를 두고 과연 표현의 자유가 억압됐다고만 할 수 있을까. 비단 공공기관만 그런 게 아니다. 인터넷상의 청부살인이나 자살관련 사이트 등 각종 사회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들도 '익명성'에서 비롯되고 있다는 점을 직시할 필요가 있다. 일부 민간 포털업체들은 이러한 폐해를 줄이기 위해 실명제를 도입하기도 했는데 이 때문에 가입자가 줄어들었다는 증거는 어디에도 없다. 익명성 자체가 무조건 문제라는 것은 물론 아니다. 과거 한때 검열과 통제로 고통을 겪었던 우리로서는 특히 그러하다. 하지만 지금은 그런 시절도 아니다. 현재 일부 인터넷의 문제는 익명성이 갖는 순기능과는 너무도 거리가 멀다. 이런 측면에서 생각하면 실명제 도입 그 자체를 반대할 명분은 약하다고 본다. 고발창구 등 진정 익명성이 필요한 공간이 어디인지,또 실명제에 따른 개인정보 유출을 방지하기 위해 정보열람은 어떻게 제한할 것인지 등 실명제의 보완책을 논하는 것이 차라리 생산적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