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가 만난 모교총장] 어윤대 <고려대 총장>-이찬근 <한국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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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WTO 서비스협상 테이블에 대학교육 및 성인교육을 일부 개방하는 양허안을 내기로 하면서 교육개방을 둘러싼 찬반논란이 한창이다.
교육의 질적 경쟁력을 위해서는 교육시장을 개방해야 한다는 주장과 국내 교육시장이 붕괴할 것이란 우려가 엇갈리고 있다.
이미 정원미달 등의 어려움을 겪는 국내 대학들은 앞으로 외국 대학과의 경쟁도 치러야 하는 이중고를 겪게 됐다.
CEO가 만난 모교총장, 이번에는 고려대 어윤대 총장과 골드만삭스증권 이찬근 한국대표가 '대학시장 개방을 앞둔 국내 대학들의 대처방안'을 주제로 대담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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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윤대 총장 =대학교육 시장은 개방화 시대를 맞아 국제적인 경쟁에 접어들었습니다.
대학에선 국제경쟁력이 화두로 떠올랐죠.
국제경쟁력의 핵심은 커뮤니케이션 능력이라고 봅니다.
이를 위해 고려대는 앞으로 4년안에 전체 강의의 30% 이상을 영어로 진행할 예정입니다.
외국계 기업이나 다국적 기업에서 일할 수 있는 인재를 많이 양성하려고 합니다.
기업의 요구사항을 대폭 받아들이는 등의 수요자 중심 교육도 강화할 겁니다.
▲ 이찬근 대표 =맞습니다.
경제발전에 따라 산업구조가 바뀌고 있는 상황에서 대학교육도 지성인을 길러내는 동시에 국제적인 리더십을 갖춘 인재양성에 중점을 둬야 합니다.
기본적인 커뮤니케이션 교육은 물론이고 문화적 차이도 이해할 수 있어야 합니다.
▲ 어 총장 =흔히 고려대 학생은 진취적이고 모험심이 강하다고 하더군요.
고려대는 학생들의 이런 장점에 국제적인 리더십 교육을 추가해 이들을 글로벌 리더로 키워 나가려고 합니다.
예를들어 경영대의 경우 국제인턴십 프로그램을 통해 매년 80명의 학생들이 외국에 진출한 한국기업이나 외국기업에서 6주동안 인턴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이런 프로그램을 확대해 앞으로 10년 내에 모든 학생들이 외국대학에서 한 학기동안 수업을 듣는 프로그램을 개발할 계획입니다.
일단 내년 어문계열 신입생들부터 한학기를 반드시 자기 전공언어를 쓰는 국가에서 교육받도록 할 방침입니다.
이와함께 고려대는 외국학생들을 한국에 많이 오게 하는 방안도 검토중입니다.
영어강의를 많이 늘리고 외국학생을 위한 기숙사를 올 겨울에 착공할 겁니다.
▲ 이 대표 =외국학생과 국내학생을 비교해보면 외국학생들은 대학졸업 후 곧바로 현장에 투입될 수 있는 반면 국내학생들은 아직까지 그렇지 못한 것 같습니다.
대학교육이 현장과 동떨어져 있기 때문이겠죠.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학에서 현장 중심의 강의를 늘리고 문제해결 중심의 케이스 스터디도 확대해야 합니다.
▲ 어 총장 =좋은 지적입니다.
외국 대학과 비교해 국내 대학들 대부분이 교수대 학생의 비율이 3분의 1 수준에도 못미칠 정도로 교수확보율이 저조합니다.
쌍방향의 강의가 이뤄지려면 교수 1인당 40여명의 학생이 적당한데 현실적 한계 탓에 대형 강의가 많은 실정이지요.
양질의 교육을 위해서는 등록금이나 대학재정에 대한 사립대의 자율성이 늘어나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울러 앞으로 1학년 때부터 고전 등을 의무적으로 읽도록 하는 등 학생의 논리적인 의견제시 능력을 키워 나갈 겁니다.
▲ 이 대표 =골드만삭스증권과 같은 외국기업에 있다보니 자연스레 외국인들과의 사교모임이 잦습니다.
그런데 대화를 하다보면 기초적인 교양이 많이 부족하다는 것을 느끼죠.
대학에서 이런 교육도 강화해야 합니다.
학생들이 기업현장에서 인턴으로 일해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외부 기업인들을 불러 현장경험을 전해 주는 특강도 많이 만들면 좋을 듯 합니다.
▲ 어 총장 =한마디로 '열린대학'을 만들어야 한다는 얘기인데요.
내년에 공대의 경우 객원교수를 1백명 이상으로 늘릴 예정입니다.
또 필요하다면 내년에 LG나 삼성 등의 대기업과 손잡고 이들 기업의 우수한 연구인력들이 직접 강의할 수 있는 방안도 추진중입니다.
▲ 이 대표 =골드만삭스증권의 특징은 조직운영의 유연성이 강하다는 것이죠.
철저하게 실적위주로 평가하기 때문에 회사의 발전속도도 빠릅니다.
대학도 경쟁력을 갖추기 위해서는 경영방식의 변화가 필요할텐데요.
▲ 어 총장 =현재 대학들은 대부분 대학본부가 예산 및 인사권 등을 맡고 있습니다.
이제 대학도 중앙집권적 운영방식에서 분권화해야겠죠.
고려대는 현재 교수들의 연구비를 각 단과대 학장이 지원토록 하고 있는데 앞으로 인사권과 예산권도 단과대로 넘길 계획입니다.
▲ 이 대표 =치열한 대학 입시제도로 인해 수험생들이 시험공부에만 매달리다보니 대학생에게 윤리의식 등이 부족한 것 같아요.
우리 회사는 지역내 봉사활동을 많이 하고 있죠.
올해부터는 직원들과 함께 증권사라는 전문화된 직종의 경험을 대학생에게 직접 전해 주는 활동도 벌일 겁니다.
대학에서 이러한 봉사활동을 강화해야 하지 않을까요.
▲ 어 총장 =공감합니다.
고려대도 앞으로 학생들과 교수들이 사회봉사 활동에 더욱 참여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 이 대표 =한가지 덧붙인다면 대학을 졸업한 학생들에 대해 재교육을 해주는 일종의 애프터서비스도 필요하다고 생각하는데요.
▲ 어 총장 =애프터서비스라기보다 평생교육이라고 해야 맞을 겁니다.
고려대는 이를 위해 대학원을 중심으로 하는 평생교육 시스템을 강화할 겁니다.
예를 들어 경영대에 e-MBA(간부양성 경영학 석사) 프로그램을 만들어 금요일과 토요일에만 강의를 들어도 학위를 주는 것을 추진할 겁니다.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