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콜레라가 기승을 부려 아침 저녁으로 소독 등 방역 작업한다고 가뜩이나 일손이 모자라는 판국에 현실에 맞지도 않는 외국인 농업연수제를 도입하는 대신 외국인 농사꾼들을 다 쫓아낸다니 정말 답답하네요." 경기 이천 S농장 정모씨(48)는 요즘 걱정이 태산이다. 자신의 농장에서 2년 동안 돼지 사육에 관한 노하우를 모두 전수한 중국과 베트남 노동자들이 불법체류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달 말까지 떠나야 하기 때문이다. 농림부 추산에 따르면 현재 서울시 외곽과 경기도 등 수도권 농촌에서 일하고 있는 불법체류 노동자들은 3만여명. 중소제조업체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들은 출국 기한이 8월로 연기돼 안도하고 있지만 한국 농촌에서 '머슴살이'를 하는 외국인들 중에는 자진신고 자체를 몰랐거나 기피했던 이들이 대부분이어서 이달 말 한국을 떠나야 된다. 정부는 오는 5월부터 우즈베키스탄과 카자흐스탄 키르기스스탄 우크라이나 중국 몽골 등 6개국 출신 외국인 2천5백명을 농업연수생으로 받아들여 희망 농가에 투입하기 때문에 인력난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정씨는 새로 올 외국인들이 과연 힘들고 지저분한 일로 꼽히는 돼지 사육 일에 잘 적응할지 의심스럽다. 정씨는 "외국인 일꾼들이 돼지 사육에 필요한 지식을 체득하려면 언어소통이 힘든 점 등을 감안할 때 최소한 1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그동안 훈련시켜 놓은 일꾼들은 내보내고 새로 합법적인 인력을 투입하면 문제가 없다는 발상은 탁상행정의 표본"이라고 꼬집었다. 태국인 노동자 2명을 고용하고 있는 경기 안성 A농장의 김모씨(44)도 "정부가 새로 도입하려는 농업 외국인 연수생을 받을 수 있는 자격요건을 봤더니 건강보험.산재보험 등 가입과 연수관리비.퇴직금.연월차 수당 등 납부를 의무화하고 있다"면서 "이 경우 오히려 국내 노동자를 고용하는 것보다 실제 비용 부담이 더 크다"며 비현실적인 정부 정책을 성토했다. 실제 양돈농가의 경우 축사면적이 1천㎡ 이상이 돼야 하는 것을 비롯 사업자 등록을 필하거나 숙박시설을 갖춰야 된다. 안성=임상택 기자 lim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