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은 종종 '공사판'으로 비유된다. 전국 곳곳이 아파트를 비롯한 각종 건설공사가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베이징 현지법인에 갓 부임한 한국 중견기업의 친구로부터 집을 보러 다닌 얘기를 들은 적이 있다. 찾아간 곳은 차오양구(朝陽區)에 있는 15층 아파트였다. 바닥을 대리석으로 깔아 그럴 듯해 보였고,베레모를 쓴 건장한 경비가 오가는 사람을 살피고 있었다고 한다. 첫 눈에 마음에 들었던 이 친구의 기대는 그러나 집 내부를 둘러보면서 깨져버렸다. 수도꼭지는 금방이라도 빠질 만큼 헐거웠고,새 집인데도 금이 간 벽이 눈에 띄었다는 것이다. 페인트 칠도 고르지 못했다. 게다가 옆 동의 아파트에 '나가겠다. 손해봤다(退房 賠賠)'라는 글을 써 붙인 벽보까지 눈에 들어오자 집 살 마음이 싹 가셨다는 것이다. 지난해 중국 전역에서 부동산 구입과 관련, '문제 있다'며 중국 당국에 신고된 건수는 무려 4만6백85건이었다. 전년보다 61.99%나 증가한 것이다. 집에 물이 새거나 방음이 안 되는 등 품질불량이 가장 많았고,허위광고 계약위반 등 불만의 요인도 다양했다. 중국에 부동산 거품 경계령이 내리고 있다. 국토자원부는 지난 2월 기업이나 개인이 상업용 부동산 개발 목적으로 농지를 사용하는 것을 금지시키는 조치를 취했다. 주택 공급과잉을 막기 위해서다. 주룽지 전 총리도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全人大·의회)에서 마지막 정부 공작(업무)보고를 하면서 무분별한 부동산개발 열기를 경고했다.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상업은행에 부동산용 자금을 빌려줄 때 적용해 주던 저금리 혜택을 없애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 혜택이 사라지면 상업은행이 일반인에게 부동산 구입자금으로 대출해 주는 재원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된다. 부동산은 중국에서 대표적인 '폭리 업종'으로 각광 받아왔다. 중국 최대 부동산 개발업자인 쉬룽마오(許榮茂)는 7억8천만달러의 자산을 보유해 지난해 포브스 선정 중국 부호 2위에 올랐다. 하지만 부(富)를 창출하는 그 화려한 이면에는 언제 꺼질지 모르는 거품이 함께 생겨나고 있음을 중국 정부도 깨닫기 시작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