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코너] 부러운 日 우편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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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우체국은 국민생활의 한복판에 있다. 주거지역은 물론 도심 곳곳의 사무용 빌딩에는 어김없이 우체국이 있다. 열도 전역에 깔린 우체국은 모두 2만4천7백개를 헤아린다. 우체통은 무려 17만개에 달한다.거미줄 같은 서비스 네트워크를 갖춰 놓고 있지만 우체국 내부는 그래도 하루종일 붐빈다. 편지와 문서로 의사를 전달하는 문화적 뿌리가 강해서인지는 몰라도 우체국을 내집처럼 드나드는 사람들이 많아서다.
우체국은 사실상 일본 최대의 단일 금융회사다.
예금과 보험 형태로 맡겨진 돈이 약 3백60조엔에 이른다.
전체 민간은행 예금 4백70조엔의 77%다.
이런 우체국이 4월부터 옷을 갈아입는다.
정부조직인 '우정사업청'의 헌옷을 벗고 독립채산제의 '우정공사'로 탈바꿈한다.
민영화로 가는 첫 단추다.
우정공사 출범은 국가가 1백30년 이상 독점해 온 일본의 우정사업에 큰 획을 긋는다.
예금과 보험에서 막대한 이익을 올리면서도 세금 한푼 내지 않은 채 다른 부문의 적자 메우기에 바빴던 과거와 달리 자생력을 높이지 않으면 부실의 오명을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지적이다.
스피드와 고감도 서비스로 무장한 택배업체들의 공세에 맞서 우편사업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개선하고 잘 지켜내느냐도 신생 우정공사의 앞날을 좌우할 것이라고 언론은 보고있다. 이쿠다 마사하루 우정공사 총재 내정자는 이같은 과제를 의식한 듯 입만 열면 '변화'와 '쇄신'을 외친다.
관료적 사고,관료적 체질을 씻어내고 고객 최우선·효율 지상주의로 경영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우체국을 이용해 본 한국인들 중에는 편리성과 친절,그리고 신속성에 놀란 이들이 적지않다. 그런데도 더 빠르고 더 친절한 프로장사꾼이 되겠다고 우체국은 강조하고 있다. 주한 일본기업 주재원들이 한국에서 일할 때 느낀 애로로 최근 지적한 내용 중에는 우편 서비스도 한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배달 시간이 일정치 않습니다.
같은 외국행 우편물도 일본에서보다 시간이 더 걸리고요."
우편서비스의 소프트웨어도 국가경쟁력의 핵심변수중 하나임을 두 나라의 사례는 잘 보여주고 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