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주중시 경영의 확산.' 올해 정기주주총회의 가장 큰 특징이다. 배당기업이 크게 늘어났기 때문만은 아니다. 중간배당이나 자사주 소각을 위한 근거를 도입한 곳도 많았다. 소액주주나 기관투자가의 발언권도 크게 강화됐다. 주총장에서 배당률을 올리라고 소액주주가 요구하자 총회에서 이를 전격 수용한 기업도 나왔다. 회사가 상정한 안건에 대해 반대의사를 표시하는 기관투자가도 부쩍 늘었다. 주주들이 제목소리를 내고 회사는 이를 인정하고 있다는 얘기다. 또 다른 특징은 경영투명성 강화 움직임이다. 외국인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는가 하면 코스닥기업중엔 전문경영인을 영입한 곳도 적지 않다. 몸싸움이 벌어지거나 소액주주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 모습도 없지 않았지만 주주 위상이 크게 높아졌다는 게 올 주총을 지켜본 전문가들의 일치된 견해다. ◆ 주주에게 이익환원 12월법인이 올해 배당금으로 지급한 돈은 5조8천8백억원. 작년 3조8천4백억원보다 50%가량 늘었다. 전체 상장사중 배당을 실시한 기업의 비중도 67.9%로 작년(65.38%)보다 높아졌다. 당기순이익에서 배당금이 차지하는 비중인 배당성향은 작년보다 낮아졌지만 자사주소각 등으로 주식가치가 높아진다면 배당금을 줄이는게 낫다는 의견도 많다. 이런 점에서 작년 87개사에 이어 올해 39개사가 자사주 소각을 위해 정관을 변경했다는 것은 주주입장에서도 고무적이라는 평가다. 중간배당제도를 도입한 상장사가 올해 20개사에 달했다. 주주에게 기업 이익을 되돌려 주는데 인색하지 않겠다는 뜻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 주주 위상 제고 동성화학은 주총 현장에서 배당률을 높였다. 총회에서 소액주주가 배당률을 올려줄 것을 요구하자 경영진이 이를 수용했다. INI스틸에서도 비슷한 사례가 나타났다. 주주위상이 크게 올라가고 있는 것이다. 포스코의 경우 유상부 회장의 연임여부를 두고 기관투자가의 움직임에 관심을 끌기도 했다. 과거처럼 회사안에 대해 거수기 역할을 하는데 그치지 않고 적극적으로 자신들의 의견을 밝힌 탓이다. 삼성증권 투자정보팀 오현석 과장은 "주주를 의식하고 의사결정을 하는 기업이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 경영 투명성 강화 두산은 자사출신 전직 임원을 사외이사로 영입하던 관례를 깼다. 코스닥기업인 다음커뮤니케이션은 외국인으로 사외이사를 채웠다. 사외이사의 질적 수준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올해 선임된 사외이사의 질적 수준이 전반적으로 높아졌다는게 증권업계의 평가다. 명망있는 전직 관료의 영입경쟁이 벌어진 것도 이같은 경향의 한 단면이다. 전문경영진을 적극 영입하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코스닥기업의 경우 대기업 출신의 전문경영인을 선임, 투명성을 강화하고 경쟁력을 높이려는 움직임도 두드러졌다. 에이스테크는 삼성전자 사장을 지낸 박희준씨를, 넥스콘테크는 한국IBM 출신의 유근택씨를 새 대표이사로 영입하는 등 60개사가 이번 주총에서 대표이사를 교체했다. 조주현 기자 fore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