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라크전쟁이 끝난 후 미 백악관과 앨런 그린스펀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의장 사이에 껄끄러운 관계가 유지될 가능성이 있다고 뉴욕타임스가 30일 보도했다. 그러나 백악관은 금융가에서의 엄청난 영향력 때문에 그린스펀 의장을 함부로대하지는 못할 것이며 그린스펀 의장이 내년 6월에 4번째 임기를 마친 후 그를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이 신문은 전했다. 백악관은 이라크전쟁이 당초 희망했던 대로 빠른 시일 내에 끝난다 하더라도 경제문제와 관련해서는 FRB측과 갈등을 겪을 가능성이 크다. 전쟁이 속전속결로 끝나 기업이 자신감을 얻고 투자를 개시하고 증시가 상승기류를 탈 시점에 FRB는 인플레를 막기 위해 연방기금금리를 올리겠다고 누누히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린스펀 의장은 얼마전에도 조지 W. 부시 대통령의 감세정책이 경기를 자극하는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는 부정적인 발언을 함으로써 공화당측의 불만을 초래했었다. 뱅크원의 수석이코노미스트 다이앤 스웡크는 전쟁이 끝나고 2004년 대통령 선거열기가 가열되기 시작할 즈음에 FRB는 금리를 인상할 것이라고 말했다. 카네기멜론대학의 경제학교수 앨런 멜처는 이로 인해 미 행정부와 FRB 사이에는갈등이 심화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부시 대통령이 내년 6월에 그린스펀 의장을 의장직에서 물러나게 하는데는 한계가 있다. 그는 의장직 임기는 내년 6월 까지지만 FRB의 이사 임기는 2006년 까지다. 백악관이 FRB 의장으로 다른 사람을 원한다 하더라도 그가 이사 임기를 채우겠다고 나서면 문제는 복잡해 질 수 있다. 더구나 일각에서는 그린스펀 의장이 의장직을 오는 2006년 까지 맡기를 희망하고 있다는 얘기도 흘러나오고 있다. 현재도 그린스펀 의장의 후임자로 로널드 레이건 전 대통령시절 경제자문협의회의장이었던 마틴 펠드스타인 하버드대교수, 얼마전 까지 부시 대통령의 경제자문협의회 의장을 맡았었더 글렌 허바드 컬럼비아대교수 등이 거론되고 있지만 이들이 그린스펀 의장 만큼의 영향력을 가질 수는 없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같은 배경 때문에 그린스펀 의장이 현 행정부의 마음에 들지 않는 발언을 하는 경우에도 정부 관리들은 그를 직접적으로 비판하는 것을 극히 자제하고 있다. 최근 그린스펀 의장이 감세정책에 대해 비판적인 발언을 했을 때도 정부 관리들은 자신들이 그린스펀 의장에 대해 불만이 있는 것은 아니며 그의 견해를 높이 평가하고 있다는 거의 공식입장을 밝히기도 했었다. 많은 분석가들은 1991년 걸프전 이후에 조지 부시 전 대통령이 재선에 실패한큰 배경으로 경기침체를 들고 있으며 거기에는 그린스펀 의장의 당시 미국경제에 대한 정확한 판단 결여 책임도 있는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월가의 이코노미스트들은 이번 이라크전쟁이 끝난 후 그린스펀 의장이 미국경제를 어떻게 분석하고 대응방안을 마련하느냐를 주시하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뉴욕=연합뉴스) 강일중 특파원 kangfam@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