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결한 붓놀림 넘쳐나는 氣 .. '오리' 작가 이강소씨 개인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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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 작가로 불리는 서양화가 이강소(60)씨가 경주 아트선재미술관에서 대규모 개인전을 갖고 있다.
"강은 흐른다(The river is moving)"를 주제로 1백50호~2백호 크기의 대작과 사진 영상 판화작품 등 60여점을 출품했다.
그의 첫 미술관 전시여서 그런지 30여년간의 화업을 다양한 실험작업으로 보여주는 회고전에 가깝다.
그의 그림은 붓자국이 난무하지만 화면속에 등장하는 오리 사슴 집 산 등의 형태는 상대적으로 극히 미미하다.
이미지가 별로 없는 화면은 최근들어 더욱 심화되고 있다.
이번 전시작도 이미지가 갈수록 추상화하고 표현의 격렬성이 잦아들고 있음을 보여준다.
미술평론가 오광수(국립현대미술관장)씨는 그의 작품을 "그리면서 그리지 않는 그림"이라고 평가한다.
그리면서도 동시에 지우는 "그리기의 그리지 않는 상태"를 지향한다는 의미다.
이씨는 "오리" 작가로 불리는데 대해 별로 거부감이 없지만 "오리를 그린게 아니다"고 잘라 말한다.
자신의 그림을 흔히 미니멀 아트나 일본의 모노파로 분류하는 주장을 받아들이질 않는다.
"외국 언론에서 제 그림을 동.서양의 융합이라고 평하지만 그건 잘못된 겁니다.
제 그림은 전통 문인화에 담겨있는 '기운으로 보는 세계'인 기운생동이 요체입니다"
서구의 미니멀 아트와 유사해 보이지만 화면을 관통하는 힘은 관념이 아닌 "기(氣)"라는 뜻이다.
이씨는 평면작업을 80년대 중반에야 시작했다.
1965년 서울대 회화과를 졸업한 후 10년이상 실험미술운동의 기수로 나서 한국 현대미술을 변화시키는데 상당한 기여를 했다.
이씨는 1975년 파리비엔날레에 참가해 "닭의 퍼포먼스"를 펼쳐 화제가 됐다.
전시장 바닥에 밀가루를 뿌린 뒤 발목이 끈으로 묶인 닭을 풀어놓고 닭의 움직임으로 쌓이는 흔적으로 실험성 강한 작품을 선보였다.
작가는 어려서부터 사진을 무척 좋아했다고 한다.
사진작품은 중국 네팔 등을 여행하면서 6년동안 찍은 것이다.
비디오는 "인간의 탄생"을 카메라의 눈으로 담은 작품이다.
이씨는 "잠자리가 이 세상을 보는 시각을 우리가 알 수 있느냐"면서 "사진 렌즈가 보는 세계가 작가가 보는 세계와 얼마나 다른 지를 보여주고 싶었다"고 말한다.
그는 환갑을 맞았으면서도 올해 쌈지스페이스 소속의 젊은 작가들과 합동전을 가질 예정이다.
6월 15일까지.(054)745-7075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