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이공계열 출신은 인문사회계열보다 "전공"과 "직업"이 일치하기를 희망하는 비율이 높게 나타났다는 연구조사 보고서가 최근 발표됐다. 한마디로 "전공에 맞는 일자리"를 고집하는 성향이 강하다는 말이다. 이공계 인력문제는 곧잘 "양적·질적 불균형" 또는 "구직난 속의 구인난"등으로 묘사된다. 이는 달리 표현하면 "전공에 맞는 기존의 일자리"는 부족하고,"새로운 일자리가 요구하는 전공"은 별로 없다는 것일 수 있다. 최근 미국 NSF(국립과학재단)이 내놓은 전공-직업 연관성 통계가 눈길을 끈다. 미국에서 컴퓨터공학 및 수학 전공자의 과학 공학분야 직업 대 비(非)과학 공학분야 직업의 비율이 51:49다. 생명분야는 28:72,이학은 55:45,공학은 67:33,사회과학은 15:85다. 사회과학을 제외한 이공계 평균치는 52:48이다. 사회과학은 거의 동종 직업분야로 가지만 이공계는 절반 정도가 다른 분야의 직업을 갖는다. 그렇다면 다른 분야로 간 이공계 출신은 "전공-직업 불일치"로 고통을 받고 있을까. 반드시 그런 것 같지도 않다. 과학기술 전공자 중 비과학기술분야 종사자를 대상으로한 조사에서 학사의 경우 30%가 전공과 밀접하다고 했고,35%는 다소 관련이 있다고 했다. 석사의 경우 그 비율은 각각 49%와 31%,그리고 박사는 각각 46%와 36%였다. 이쯤되면 종래의 잣대로 "전공-직업 불일치"를 말하기도 어렵다. 이를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여러가지 해석이 가능하겠지만 비과학기술분야의 대부분이 서비스쪽이라고 보면 아무래도 미국의 산업구조 변화를 고려하지 않을 수가 없다. 제조업에서 서비스업쪽으로 경제적 비중이 옮겨간 것과 결코 무관할 수 없다는 얘기다. 그렇다면 그 서비스는 도대체 어떤 성질의 것일까. 일자리를 과학기술과 비과학기술로 나누는 것이 갈수록 어려워지는 추세다. 금융 법률 등 종래 사회과학쪽 일자리로 간주되던 것들도 과학기술 관련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컨설팅 등 새로 창출되는 일자리도 종래의 잣대로만 보면 비과학기술쪽일 것 같아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은 게 훨씬 많다. 이것도 지식기반경제의 특성일지 모르겠지만 IT서비스 등 소위 신기술서비스를 포함해 이들 "지식기반서비스"가 이공계 인력의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내고 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이제 다시 우리나라로 돌아와 보자.재경부는 최근 들어 "선진국형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조하기 시작했다. 산업자원부도 마찬가지다. 얼마전 청와대 보고에서 "제조업지원 서비스"를 주력기간산업 미래전략산업과 함께 3각축으로 해서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겠다고 보고했다. 과학기술부는 연구개발서비스업 육성에 나서겠다고 했다. 모두 지식기반서비스업이 그 핵심이다. 그렇다면 이 산업은 누가 이끌어 갈 것인가. 이공계 인력문제는 제조업만 바라봐서는 결코 해결될 수 없다는 것은 이제 너무도 분명하다. 제조업에서 통용됐던 "전공에 맞는 일자리"개념은 제조업의 비중이 줄면 줄수록 불균형을 야기할 것이다. 이제는 이공계 인력의 "커리어 패쓰(career path)"를 다양화,지식기반서비스업 등 서비스쪽으로 물꼬를 터 줘야 한다. 어쩌면 이것이 현재의 이공계 문제와 지식기반서비스업의 경쟁력을 동시에 해결하는 열쇠가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이는 제조업의 새로운 변화를 유도하고 IT BT등 신기술의 경쟁력을 제고하는 데도 유리할 수 있다.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때다. 인력정책은 제조업뿐만 아니라 서비스업을 포괄해야 한다. "전공에 맞는 일자리"가 아닌 "일자리에 맞는 전공"으로 전공-직업 패러다임이 변해야 하고 당연히 교육혁신이 수반돼야 한다. 이공계의 직업선택이 보다 "진보적 공격적"일 필요가 있다. 논설 전문위원 경영과학博 ah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