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물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는 가운데 소비자 물가마저 30개월만에 최고치로 올라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한꺼번에 나타나는 불황)'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 정부는 미.이라크 전쟁의 불확실성이 제거되면 국제 유가가 하락하고 실물경기도 어느 정도 안정을 되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미.이라크 전쟁이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다 물가 불안으로 경기침체를 완화시킬 뾰족한 정책수단을 찾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 실물경기 급속 악화 '민간 부문의 소비활동'인 도.소매 판매와 '기업의 소비활동'인 투자가 올들어 급속히 위축되고 있다. 향후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소비자와 기업들이 돈을 쓰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도.소매 판매는 지난 2월중 1.8% 감소, 50개월만에 처음 마이너스로 돌아섰다. 서비스업 활동도 지난 1월중 3.7% 늘어나는데 그쳐 18개월만에 증가율이 가장 낮았다. 전반적인 국내 소비활동이 급속히 둔화되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업의 설비투자는 올들어 2개월 연속 감소했다. 1월 7.7% 감소한데 이어 2월에도 4% 줄었다. 정부가 설비투자의 10%를 세금에서 공제해 주는 임시투자세액공제 적용시한을 올 연말까지로 연장했는데도 기업 투자는 늘어나지 않고 있다. ◆ 확산되는 물가불안 3월중 소비자 물가가 한달만에 1.2% 급등, 물가상승 우려가 현실로 나타났다. 석유 관련 제품가격이 한달만에 1.7% 올랐고 농.축.수산물도 2.5% 상승했다. 장바구니 물가와 직결되는 채소(14.2%) 배추(45.9%) 무(29.3%) 양파(52.1%) 등의 가격이 급등했다. 공공요금도 시내버스와 전철 요금이 올라 평균 2.0% 상승했다. 각종 납입금과 학원비 인상으로 개인서비스 요금도 1.8% 올랐다. 윤대희 재정경제부 국민생활국장은 "미.이라크 전쟁이 끝나고 국제 유가가 예년 수준으로 안정되면 올해 물가 목표치(2∼4%)를 달성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미.이라크 전쟁은 예상과 달리 장기화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 뾰족한 해결책 없어 고심 경기침체와 물가상승이 동시에 나타나는 스태그플레이션 상황에서는 경기를 살리기 위한 정부의 정책수단이 제약받을 수밖에 없다. 돈을 풀거나 재정 투입을 늘리는 경기확대 정책은 물가상승을 더욱 부추길 수 있기 때문이다. 재경부 관계자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한은의 관리목표치인 4%를 이미 넘어섰다"며 "금리를 내릴 수 있는 운신폭이 더욱 좁아지게 됐다"고 말했다. 소비자와 기업의 심리가 얼어붙은 상황에서 정부만 재정 투입을 늘리는 데도 한계가 있어 당분간 경기침체는 정부로서도 어쩔 수 없다는 얘기다. ----------------------------------------------------------------- [ 최근 경기동향 ] 실물경기 -도소매판매 50개월만에 첫 감소 (2월 -1.8%) -설비투자 2개월 연속 감소 (1월 -7.7%, 2월 -4.0%) -서비스업 증가율 18개월만에 최저 (1월 3.7%) -경기동행지수 순환변도치 7개월만에 첫 감소 (-0.5포인트) -소비자물가 30개월만에 가장 큰 폭 상승 심리지표 -한은 CSI 90으로 6분기만에 최저 -대한상의, 2.4분기 BSI 97로 경기하락 전망 경제전망 -한국은행, KDI 등 경제성장 전망치 4%대로 하향조정 예정 -재경부, 5월중 경제성장 전망 수정 예정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