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글로벌 사태가 복잡하게 꼬이고 있다. 회계법인 감사 결과 자본금을 모두 까먹고도 2천억원 이상이 모자랐다. 그나마도 2조원 이상의 잠재 손실을 반영하지 않은 결과다. 현재로선 채권단 공동관리 체제가 유지되고 관리종목으로나마 상장도 유지할 수 있지만 SK글로벌이 채권단과 투자자들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 자본 전액 잠식 경위 회사측 가결산에서 5천6백54억원으로 집계됐던 2002년 말 현재 자기자본이 어떻게 마이너스 2천1백28억원으로 돌변했는지가 관심이다. 무려 7천7백82억원의 차이가 난다. 계열사에 지급보증을 섰다가 대지급한 4천7백68억원의 채권이 전액 손실 처리된게 결정적이었다. 세법상 손비로 인정받을 수 없어 정상자산으로 분류했던 이 채권이 '껍데기'로 전락하면서 1천9백42억원으로 예상했던 당기순이익이 2천9백67억원 적자로 바뀌었고 자기자본도 그만큼 감소했다. 또 해외 투자 자산에서 2천5백1억원의 추가 손실이 반영됐고 장기고정재고자산 등에서 5백13억원이 손실로 처리됐다. ◆ 자본잠식 더 늘어날 수도 외부감사 기관인 영화회계법인에 따르면 SK글로벌의 실제 자본잠식 규모는 2천1백28억원에 그치지 않는다. 이번 결산에서는 엄청난 규모의 잠재 손실들이 반영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지급보증액 2조3천9백27억원이 대표적이다. 영화측은 외부회계감사보고서에서 "현지법인 지급보증액은 대지급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합리적으로 추정되지만 회사측은 이를 손실로 계상하지 않았다"며 "따라서 당기순손실과 차기이월결손금, 부채가 각각 2조3천9백27억원씩 증가돼야 한다"고 밝혔다. 지급보증액을 손실로 처리할 경우 자본잠식 규모는 2천1백28억원이 아닌 2조5천억원대며 부채초과액(총부채-총자산)은 2조6천55억원에 달한다는 주장이다. 해외 현지법인에 대한 매출채권도 추가적인 자본잠식 요인으로 꼽혔다. 영화측은 "대손예상액 등 추가적인 손실을 검토하기 위해 관련자료를 요청했지만 입수하지 못해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지 못했다"고 명시, 추가 부실 가능성을 열어뒀다. ◆ 채권단 공동관리 존속 여부 채권단은 이번 감사의견을 무시하고 현행 채권금융기관 공동관리 체제를 당분간 유지할 방침이다. 오는 8일부터 시작할 해외채권단과의 협상에서도 영화회계법인의 감사보고서는 참조용으로만 활용할 계획이다. 채권단 관계자는 "외부감사를 맡은 영화회계법인도 분식회계에 책임이 있는 만큼 이번 감사의견을 신뢰할 수 없다"며 "채권단이 새로 지명한 삼일회계법인의 실사 결과를 받아본 뒤 그 내용에 따라 처리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SK글로벌이 청산, 법정관리, 채권단 공동관리 중에서 어떤 길을 걷게 될지는 실사 결과가 나오는 오는 5월 말∼6월 초에 최종 결정될 전망이다. ◆ 상장 폐지 여부 자본 완전잠식이 확인됨에 따라 SK글로벌은 1일부터 관리종목으로 편입된다. 자본 완전잠식시 관리종목으로 지정하고 2년 연속일 때는 상장 폐지토록 하고 있는 현행 증권거래소 규정에 따른 조치다. 내년 3월 제출되는 올해 사업보고서부터는 자본금의 50% 이상이 잠식될 경우 관리종목 지정, 2년 연속시 상장 폐지되며 자본금 전액잠식 시에는 관리종목 지정절차 없이 즉시 상장 폐지된다. 따라서 SK글로벌은 상장 폐지를 면하려면 올해 말까지 자본 완전잠식 상태에서 벗어나야 한다. ◆ SK글로벌의 대책 교환사채 교환청구에 응하기 위해 이제까지 3천4백억원어치의 SK텔레콤 주식을 매각한 데 따라 현재 자본잠식 규모는 3백억원대로 낮아졌다는게 SK글로벌측 주장이다. 회사측은 5천억원에 달하는 교환사채가 모두 교환청구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자본잠식 해소는 시간문제라고 설명했다. 또 필요할 경우 보유하고 있는 SK텔레콤 주식 2백30만주를 매각해 3천5백억원을 마련하고 SK주유소 3백34개 매각 등을 통해 1조1천억원을 조달한다는 복안이 있는 만큼 상장 폐지 가능성은 없다고 덧붙였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