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실물 경기가 급속히 악화되고 있는 가운데 물가와 금융시장마저 불안해지면서 복합 불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고 있다. 31일 통계청에 따르면 3월중 소비자 물가가 한달새 1.2%나 급등,30개월만의 최고 상승폭을 기록했다. 전년 동월에 비해서는 4.5% 올랐다. 이로써 1?4분기 물가상승률이 4.1%에 달해 정부의 연간 억제 목표선(4%)을 넘었다. 한국은행이 이날 발표한 경기전망 소비자지수(CSI)는 2000년 '9.11테러' 이후 최악의 수준으로 내려앉는 등 체감경기도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여기에 외국인들의 한국물 기피현상이 재발, 주가가 급락하고 채권시장이 사실상 마비상태에 빠지는 등 금융시장도 위기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종합주가지수는 이날 이라크 전쟁의 장기화 가능성 등 외부 악재와 올해 정부의 거시경제정책 지표가 하향 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지난 주말보다 20.63포인트(3.70%) 급락한 535.70으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37.77로 마감,지난 주말보다 1.51포인트(3.83%) 떨어졌다. 회사채 유통시장은 SK글로벌 분식회계 사태 이후 '기업자본 조달시장'으로서의 기능을 거의 상실했다. 국고채만 간간이 거래될 뿐 회사채 수요를 찾기 힘들어졌다. 특히 카드채 거래는 거의 중단돼 연 7%의 이자에도 매수하겠다는 주문이 자취를 감췄다. 국내 금융회사와 기업들이 갚아야할 1년 미만 단기 외채(5백억달러 추산)에 대한 만기연장도 어려워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가산금리가 빠른 속도로 오르고 있다"며 "이자를 더 지급하지 않으면 만기를 연장해 주지 않겠다는 외국은행들이 많다"고 말했다. 한편 블룸버그통신은 이날자 칼럼을 통해 "국제 투자자들은 최근 한국 금융시장의 붕괴를 지켜보며 지난 1990년대 말 외환위기 이후의 성장세가 '허상(fiction)'일 지도 모른다는 우려를 표시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블룸버그통신의 윌리엄 페섹 아시아 전문 칼럼니스트는 "6년전 아시아에서 각광받던 일부 국가의 경제가 실제로는 '카드로 쌓아 올린 집(house of cards)'처럼 엉성하기 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던 투자자들이 최근 한국에 대해 비슷한 의문을 다시 제기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각종 경제지표들이 급속히 악화되고 있지만 경기가 불황에 빠졌다고 보기에는 이르다"며 "미.이라크 전쟁이 조기에 종료되고 국제유가가 하락하면 경기도 빠른 속도로 안정될 것"이라고 낙관론을 폈다. 현승윤 기자 hyuns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