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검찰청 공적자금비리 특별수사본부(본부장 안대희 검사장)는 1일 지난 4개월간 공자금 비리 수사를 통해 분식회계로 거액의 사기대출을 받거나 비자금을 조성, 정치권에 뿌린 부실기업주 등 10명을 구속하고 12명을 불구속 기소했다고 발표했다. 검찰은 부실기업 대표인 박영일 전 대농그룹 회장과 고병우 전 동아건설 회장을 구속기소하고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은 불구속 기소했다. 또 동아건설로부터 정치자금 1천만원을 받은 이종찬, 정영훈, 김선길씨 등 전직 의원 3명을 벌금 3백만원 및 추징금 1천만원에 약식기소했다. 검찰은 대농그룹 동아건설 해태그룹 등 3개 부실기업이 총 3천9백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았으며, 이들 기업의 부도로 금융권이 떠안은 부실채무 규모는 모두 5조1천여억원에 달한 것으로 파악했다. 검찰은 공적자금 비리와 관련해 지금까지 모두 1백9명을 입건(48명 구속, 53명 불구속, 8명 지명수배)하고 공적자금 3백98억9천8백만원을 회수했으며 부실기업주 등 50여명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 개인 경영권 방어에 '회삿돈' 사용 =박영일 전 대농그룹 회장은 지난 97년 신동방그룹이 대농 계열사인 미도파를 대상으로 적대적 인수.합병(M&A)을 시도하자 자신의 경영권을 방어하기 위해 회삿돈 1천3백70억원으로 자사주를 매집, 경영권 방어에 성공했다. 하지만 미도파 주식 값이 폭락하면서 회사에 큰 손실을 끼쳤다. 검찰은 박 전 회장이 회사 영업과 무관하게 개인의 경영권 방어에 회사 공금을 사용, 부도에 결정적 원인을 제공했다며 이례적으로 적대적 M&A에 대항한 경영권 방어 행위에 대해 형법상 배임 혐의를 적용했다. 박 전 회장은 또 2천9백90억원의 분식회계를 통해 1천6백억원의 사기대출을 받았다. 대농은 지난 90년 이후 면방직 업계의 불황과 미도파백화점의 매출 부진 등으로 자금난을 겪다 97년부터 워크아웃에 들어갔다. ◆ 비자금으로 정치자금 뿌려 =동아건설은 16대 총선을 앞둔 2000년 3월께 인건비 과다 계상 등의 방법으로 비자금 38억원을 조성해 이중 7억원을 60여명의 정치인에게 적게는 2백만원, 많게는 5천만원의 정치자금을 뿌렸다. 동아건설은 3년 연속 적자여서 정치자금법상 정치자금을 기부할 수 없는 상태였다. 검찰은 1천만원씩의 기부금을 받고도 영수증 처리를 하지 않은 전 국회의원 이종찬,김선길, 정영훈씨 등 3명을 각각 약식기소했다. 각각 5천만원, 2천만원을 받은 현역 정치인 2명 등 나머지 정치인은 영수증 발급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다 검찰이 내사에 들어가자 뒤늦게 영수증 처리를 해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에서 벗어났다. 동아건설은 이 외에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처남 이성호씨 비서를 자처하는 박모씨(구속)에게 김포매립지 부대공사를 수주해 달라는 청탁 대가로 5억원을 건넸다. 또 세무조사 무마 등 명목으로 유모씨(구속)에게 현금 4억원을 줬다. 하지만 김포매립지 공사 수주와 세무조사 무마는 실패했다고 검찰은 밝혔다. 동아건설은 채권금융회사로부터 1조1천8백억원의 협조융자를 받아 겨우 연명해 오다 지난 98년 9월 워크아웃에 들어갔으며 현재 파산절차를 밟고 있다. ◆ 대출사례금 수수 =박건배 전 해태그룹 회장과 양종석 전 해태제과 대표도 1천5백억원을 분식회계하고 2천3백억원을 사기대출받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해태그룹은 지난 97년 부도 이후 계열사들이 제3자에 팔리거나 법정관리를 받고 있다. 부실금융회사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도 드러났다. 주택분양 업자에게 83억원을 불법 대출해주고 사례금 명목으로 1억3천만원을 받은 조정환 전 주택은행 연희동 지점장, 이상운 고합그룹 전 부회장으로부터 협조융자 부탁과 함께 2억원을 받은 이명수 전 한일은행 이사도 구속됐다. 김후진 기자 j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