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군이 이라크에 미사일을 쏘는 순간이 매수타이밍이다." 이라크전쟁이 발발하기 전 증권가에 이런 말이 자주 나돌았다. 불확실성이 걷히면서 기업들이 미뤘던 투자를 재개할 것이란 기대감도 묻어있었다. 실제로 전쟁이 터지자 투자자들은 '사자'로 화답했다. 그러나 그게 과도한 자신감이었던 것으로 판명나고 있다. 전쟁을 수행하고 있는 미국에 예상치 못한 변수들이 하나둘씩 생겨나고 있기 때문이다. 과도한 자신감의 최대 피해자는 물론 전쟁을 치르고 있는 미·영연합군과 무고한 이라크 국민들일 것이다. 조기종전에 기대를 걸던 경제주체들도 넋이 나가는 모습이다. 흡사 TV를 통해 실시간으로 전해지는 전황(戰況)이 투자심리를 포로로 잡고 있는 양상이다. 시장참가자들은 금융과 실물부문이 함께 침체되는 '복합 불황'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는 뉴스에 가슴을 쓸어내린다. 가장 빠르게 움직이는 주식투자자들은 장기전의 후유증을 미리 주가에 녹여나가고 있다. 주식투자자에겐 전쟁 전과 지금이 다르지 않다. 모든 게 불확실하다는 점에서 그렇다. 남궁 덕 기자 nkdu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