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전문가들은 "미.이라크 전쟁으로 인한 국제테러위험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괴질공포까지 확산되면 '인력이동 위축->상품.자본이동 감소->국제교역 위축'의 악순환 고리가 형성되면서 세계적인 불황을 가속화시킬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세계경제는 과거 여러 차례 괴질로 고통을 당했다. 괴질이 경제불황을 초래한 역사도 있고 심각한 경기침체가 질병을 확산시킨 경험도 있었다. 괴질과 경제불황의 상관관계를 풀어본다. ----------------------------------------------------------------- 14세기 페스트의 창궐은 유럽에 사상 유례없는 경제불황을 가져왔다. 유럽인구의 거의 3분의1을 희생시킨 이 전염병과 함께 기독교의 극단적인 도그마까지 겹치면서 유럽은 3세기에 걸친 '암흑기'를 경험하게 된다. 당시 페스트의 공포는 여행과 교역을 극단적으로 위축시키고 과학적인 탐구나 모험보다는 교회에 대한 인간정신의 의존을 심화시킨 결과 경제적인 퇴행을 초래했다. 이 기간중 유럽은 경제적으로 중국 등 아시아에 훨씬 뒤처졌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불어닥친 대공황으로 인한 미국과 유럽의 경제적인 피폐는 생활수준의 저하와 위생의 퇴행을 초래했다. 이로인해 결핵이 걷잡을 수 없이 번졌으며 일본과 중국까지 결핵의 공포는 확산됐다. 1930년대 결핵감염은 곧 죽음을 의미한 '인류 최대의 공적'이었다. 결핵은 낯선 고장으로의 여행이나 교역을 꺼리는 등 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결핵은 1940년대 플레밍이 페니실린을 발명할 때까지 '괴질'이나 다름없이 인류와 경제를 위협했다. 20세기 후반기 최악의 경기침체기로 꼽히는 1980년대초에는 AIDS(후천성면역결핍증)라는 '괴질'이 나타났다. 특히 이 원인불명의 질병이 가장 크게 창궐한 나라가 미국이었다는 사실과 이 기간중 미국경제가 가장 심각한 불황기를 통과중이었다는 것은 상관관계가 있다. 미국 경제는 90년대 들어 정보기술(IT) 신경제를 맞으면서 회복기에 접어들었고 AIDS도 병원균의 원인규명이 이뤄지면서 감염속도에 제동이 걸리기 시작했다. 괴질이 발생하면 각국은 적극적인 방역에 나서 인적.물적 흐름을 인위적으로 차단하게 마련이다. 농산물 공산물 등 제품에 대한 검역기준도 대폭 강화하게 된다. 특히 활발한 국제교역을 전제로 하는 '글로벌시대'에서 인적·물적 흐름에 대한 인위적인 차단은 '글로벌화의 치명적 단점이자 반세계화의 원인'이 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최낙균 무역정책 실장은 "경기가 악화되면 사람들이 심리적.경제적으로 위축돼 면역체제도 약화되고 그에 따라 이런 괴질이 생겨날 수 있다"며 "괴질은 다시 경제위축으로 연결돼 장기 침체를 가져오는 '악순환 고리'를 만들게 된다"고 설명했다. 박기호.서욱진 기자 khpar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