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엘리베이터 1위 업체인 오티스LG 창원공장. 이곳에 근무하는 생산직 사원 4백50명은 신바람이 나있다. 지난해 7월 국내에서 최초로 생산부문(공장)에까지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하면서 월급이 20%나 올랐기 때문이다. 입사 10년차인 생산직 1급 기사직의 경우 기본급만 20%가 올랐다. 회사는 지난해부터 근무시간이 주 40시간이 넘을 경우 초과근무로 간주, 기본급의 1.5배를 지급하고 있다. 단위시간당 임금이 오르면서 기본급을 기준으로 1.5∼2배까지 지급되는 휴일근로 야간근무 등 각종 수당도 덩달아 올랐다. 직원들의 사기가 오르면서 생산성도 같이 뛰었다. 지난해 이 곳에서 생산된 엘리베이터는 모두 1만1천7백대. 전 세계를 통틀어 월 1천대수준의 생산설비를 갖춘 유일한 공장이다. 회사도 지난해 매출 7천5백억원, 세전이익 1천억원의 사상 최고 실적을 올렸다. 외견상 주5일 근무제로 노사 모두 '윈-윈(win-win)'의 성과를 거둔 것처럼 보이지만 회사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 "지난해 인건비 부담이 17% 늘었습니다. 반면 생산성은 10%정도 증가하는데 그쳤습니다. 경기가 나빠질 경우 노동시간을 어떻게 탄력적으로 조정하느냐가 관건이 될 겁니다."(고명식 오티스LG 생산본부장) 지난해 오티스LG가 지불한 인건비 총액은 8백69억원. 매출원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15%까지 치솟았다. 국내에서 연봉이 '가장 높다'는 삼성전자(8%)의 2배 수준이다. 정작 문제는 올해다. 노조가 요구하는 기본급 인상폭은 9.7%. 노조 요구대로라면 지난해 17% 오른 것까지 포함해 2년만에 임금총액이 28% 오르게 된다. 1인당 생산직 평균연봉이 3천3백만원인 상황에서 얼마나 경쟁력을 유지할 수 있을까. 회사측은 이미 중국과 동남아로의 직수출은 사실상 불가능해졌다고 털어놨다. 주5일 근무제는 이달부터 본격화될 각 사업장 임단협의 최대 이슈다. 재계는 인건비 상승으로 제조부문의 경쟁력을 상실할 것이라는 입장인 반면 노동계는 임금 손실없는 주5일 근무제를 주장하고 있다. 관련법안은 국회에 계류중이며 상임위에서는 양쪽의 의견을 청취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세계 최고의 기술력과 안정된 재무구조를 갖춘 오티스LG 같은 기업도 주5일 근무제 시행으로 경쟁력이 약화된 상황인데 기술력과 자금력이 취약한 중소기업들이 주5일 근무제를 과연 견딜 수 있을지 걱정"이라고 말했다. 창원=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