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흔히 명품(名品)이라고 부르는 것들을 명품 본고장인 프랑스에서는 사치품 또는 호사품(Produit de Luxe)이라고 부른다. 미국 역시 사치품(Luxury goods)이라고 인식하기는 마찬가지다. 이 용어가 한자문화권인 한국 일본 등지로 건너오면서 '사치'라는 부정적인 의미가 희석되고 단순히 '유명한 상품'으로 바뀐 듯하다. 소비자들이 명품을 찾는 데는 여러가지 이유가 있다. 품질이 좋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명품이 풍기는 고상한 이미지와 자기만족이 더 큰 이유다. 이같은 자아도취를 산업으로 잘 연결시킨 나라가 프랑스다. 그 전위대는 루이비통 모에 헤네시(LVMH).전세계 호사품 시장의 50%를 프랑스가 차지하고 있는데 그중 절반이 LVMH의 몫이다. 술 브랜드로는 모에 앤드 샹동,포므리 샴페인,헤네시 코냑 등이 있다. 잡화 브랜드인 루이비통,로에베,셀린느도 만들어낸다. 화장품에는 크리스찬 디오르,지방시,겐조,겔랑이 LVMH 소유 브랜드다. LVMH 호사품 왕국의 기반을 다진 사람은 베르나르 아르노다. 그는 프랑스 정·재계 인재의 산실인 명문 에콜 폴리테크니크를 나온 수재로 30대였던 지난 84년 부삭이라는 회사를 인수하면서 호사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부삭은 크리스찬 디오르의 지주회사다. 이후 아르노는 적대적 인수합병(M&A)을 감행,LVMH를 손에 넣었다. 아르노는 우선 유명 디자이너들을 포섭,그들의 이름으로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이어 브랜드 라이선스를 독점하고 유통망을 장악하는 방식으로 호사품의 세계화를 꾀했다. 이 회사와 별개로 프랑스에는 '코미테 콜베르'라는 호사품업체연합회가 있다. 현재 80여개 업체가 가입돼 있으며 프랑스 정부는 이 단체를 적극 지원하고 있다. 이탈리아도 이를 모방,23개의 의류 및 액세서리 업체가 연합해 '클라시코 이탈리아'를 결성했지만 프랑스에 대항하기엔 역부족인 실정이다. 최근 서구 각국에선 호사품 시장 성장률이 전체 소비시장의 4배를 웃돌고 있다. 부가가치가 엄청나다는 얘기다. 우리 기업들과 정부도 이제는 '한국명품' 육성에 눈을 돌려야할 때다. 한경이 '이달의 우리명품' 행사를 시작한 것은 바로 이런 이유에서다. cd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