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꼴'. 미국 상무부가 하이닉스반도체에 대해 57.37%의 상계관세를 부과키로 예비판정을 내리자 이같은 비판이 나오고 있다. 하이닉스에 대해 상계관세 부과를 제소한 미국 반도체회사 마이크론테크놀로지는 지난해 하이닉스 인수를 추진했던 협상 당사자였기 때문이다. 마이크론은 하이닉스 인수를 위한 협상과정에서 하이닉스의 경영자료를 속속들이 입수한 뒤 제소의 근거로 이용하는 '실속'을 챙겼지만,하이닉스와 채권은행단은 마이크론의 그런 '재주 부리기'에 철저하게 농락당한 셈이 됐다. 정부는 진작부터 하이닉스 등에 대한 회사채 신속인수제 도입은 특정 기업이 아니라 위기국면에서 금융시장,나아가 국가 경제 전체의 안정을 위해 불가피하게 취해진 정당한 조치라고 강변해왔다. 또 미국 정부도 9·11 테러 직후 위기에 처한 항공업계에 자금을 지원하지 않았느냐고 반박하고 있다. 그러나 국제 통상 협상에서 가장 우선되는 것은 언제나 국익이라는 점은 명확한 진실이다. 자국 기업의 이익을 위해서는 똑같은 사안이라도 때에 따라 다른 논리로 상대방을 설득하려 드는 게 다반사로 벌어진다. 미국과의 협상에서 언제나 약자일 수밖에 없는 한국으로서는 꼭 명심해야 할 명제지만, 한국은 매번 이 진리를 망각하고 있다. 이런 차원에서 하이닉스와 협상을 시작하기 전부터 마이크론이 끊임없이 정부 보조금 문제를 걸고 넘어졌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정부와 채권단의 안이한 협상과 이에 따른 기업 내부 자료의 무분별한 공개는 실로 비판받아 마땅하다. 또다른 측면에선 정부의 안이한 대응에 대한 비판도 높아지고 있다. 미 정부가 하이닉스에 고율의 상계관세 부과를 결정(예비판정)하기까지 한국 정부가 별다른 정보를 갖고 있지 못했던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도 한국 정부는 느닷없는 무디스 등의 국가신용등급 조정 움직임 때문에 큰 곤욕을 치렀다. 그러나 여전히 사후약방문식 대응이 있을 뿐 사전 대응은 찾아보기 어렵다. 한국은 이라크전 파병 논란으로 국내 여론이 양분되는 혼란을 겪는 와중에 정작 미국으로부터 뒤통수를 맞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김수언 경제부 정책팀 기자 soo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