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노무현 대통령의 국회 국정연설은 당장의 국정 현안인 이라크전 파병의 불가피성을 설명하고 여야의원들의 협조를 구하는데 일차적으로 초점이 맞춰졌다. 그러나 구체적인 연설내용에선 경제의 활성화 의지를 밝히고 시장체질 개혁, 서민경제 안정대책 추구를 천명하는 등 경제현안을 언급하는데 더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경제부문에선 기업과 시장의 투명성 제고에서부터 집값 안정과 노사관계에 이르기까지 여러 현안을 언급했다. '경제 어렵다' =노 대통령은 대내외적인 경제여건이 상당히 어렵다는 점을 두번이나 언급했다. 연설문을 뜯어보면 '이라크전 지지 및 파병->한미관계 개선과 북핵문제 해결에 도움->경제에 긍정적 영향'이라는 논리구조를 담고 있다. 노 대통령은 많은 외국투자가들이 한미간의 갈등을 불안해 하고 있다면서 경제와 안보가 동일선상에 있음을 강조했다. 단기부양책 안쓴다 =노 대통령은 나라 안팎의 여건으로 경제가 어렵지만 단기부양책은 쓰지 않겠다고 강조했다. 단기부양의 부작용에 대해 그는 과거 정부의 사례를 적시했다. 단기적인 대증대책보다는 외환위기 이후 지속적인 구조조정을 한 덕에 지난해까지 한국경제가 중국 다음으로 높은 경제성장을 했다는 논리다. 그는 "경제의 건강성이 높아져, SK글로벌 회계부정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큰 충격 없이 극복하고 있다"며 체질 개선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원칙.일관성 유지, 불안심리 차단 =노 대통령은 "경제는 원칙과 일관성이 중요하며, 개혁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라크전과 북핵문제가 어려운 경제를 더욱 어렵게 하지만 정부는 대책을 세워놓고 있다"며 불안심리를 차단하는 데도 매우 적극적으로 나섰다. 그는 "금융시장의 위기에 대비해 제2, 제3의 방어벽도 마련해 두고 있어 어려움은 극복되며, 힘만 합치면 충분히 이겨낼만한 난국"이라고 장담했다. 3대 개혁과제, 3년계획 추진 =투명성을 높이기 위해 노 대통령은 증권 관련 집단소송제 조기 도입과 기업회계제도 국제기준에 맞게 개선 사외이사제도 내실화 부당내부거래 지속 시정 등을 단기 추진과제로 제시했다. 그는 "불합리한 지배구조로는 비효율적인 투자를 유발하고, 종국에는 경제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며 "시장지배력이 남용되거나 약자와 이해관계자의 권익이 부당하게 침해돼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당장 재경부를 중심으로 금감위와 금감원, 공정위의 발길이 바빠지게 됐다. 이날 언급된 3대 단기 개혁과제를 추진할 주무 실무부처가 바로 이들 부처다. 금감위.금감원은 지난해 후반 마련한 회계투명 대책의 조기시행을 모색하고, 공정위도 현재의 경제난국이 풀리는대로 재벌및 거대 공기업 부당내부거래 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예상된다. 몰아치기.표적수사 안한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도 '몰아치기 수사'나 특정기업에 대한 '표적수사'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했다. 노 대통령은 "경제계와 학계의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3년 정도의 계획을 세워서 시장개혁을 추진하겠다"며 "보통의 기업이 성의 있게 노력하면 감당할 수 있는 속도로 추진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다만 SK글로벌처럼 시장에서 드러난 위법은 법대로 처리된다. 서민경제 직접 챙기겠다 =노 대통령은 "경제가 어려워지면 맨 먼저 서민들이 고통받게 된다"며 "집값 전셋값은 반드시 안정시키겠다"고 밝혔다. 이 문제만큼은 노 대통령 스스로가 직접 챙기겠다는 의지도 분명히 했다. 중산층 서민들의 가장 큰 부담인 사교육비 문제에 대한 해결 의지도 천명했다. 허원순 기자 huhw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