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경기가 닥치자 패션몰과 전자양판점을 찾는 소비자들의 구매패턴도 달라지고 있다. 쿠폰이나 무료상품권의 이용이 두드러지고 오래 쓸 수 있는 무난한 제품이 잘 팔린다. 충동구매는 줄고 미리 쇼핑계획을 세워 오는 가족단위 쇼핑객이 늘어난다. 업체들은 달라지는 소비자들의 요구에 맞추기 위해 다양한 알뜰 구매행사를 기획하고 있다. ◆중저가의 무난한 제품이 강세 패션몰들은 백화점에 비해 튀는 의류가 많은 곳.하지만 최근 들어서는 유행을 덜 타는 면바지나 청바지 남방 티셔츠 등이 훨씬 강세다. 무난한 디자인의 옷이 오래 입을 수 있기 때문이다. 패션몰 매장에 걸려있는 옷 디자인은 하루가 다르게 소박해지고 있다. 제품의 단가도 많이 내려갔다. 현재 패션몰에서 가장 잘 팔리는 상품 가격대는 2만∼3만원대.비싼 고급제품들은 찾는 사람이 별로 없다. 두타에서 여성의류를 판매하는 김원희씨(24)는 "디자인이 좋으면 잘 나가던 고급제품의 매출이 눈에 띄게 떨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저가 제품이 잘 팔리는 것은 전자 양판점도 마찬가지다. 하이마트는 무난한 기능을 갖춘 중저가 가전제품을 늘리고 있다. 프로젝션TV는 39∼43인치 제품이,양문 여닫이형 냉장고는 1백20만∼1백50만원대의 제품이 많다. 드럼세탁기도 세탁전용인 8㎏대 제품을 진열대 앞에 내세운다. 혼수용 가전을 사는 경우에는 패키지보다는 단품이 많이 팔린다. 패키지 상품의 비싼 가격 때문이다. 테크노마트에서는 혼수패키지와 단품을 구매하는 비율이 4대6 정도로 단품이 강세다. 지난해까지는 6대4 정도로 패키지 제품이 잘 팔렸다. 테크노마트는 "패키지보다는 꼭 필요한 제품만 단품으로 사간다"고 설명했다. ◆충동구매 줄고 가족 쇼핑객 늘어 소비자들의 지갑이 얇아지면서 충동구매가 줄었다. 충동구매가 줄었다는 것은 쇼핑시간의 변화에서 가장 잘 드러난다. 명동 밀레오레에서 여성복을 팔고 있는 이윤정씨(24)는 "둘러보고 만져보고 가격만 물어볼 뿐 도대체 손님들이 옷을 사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만큼 구매가 신중해졌다는 얘기다. 패션몰은 10대 소비자들이 많은 곳.하지만 최근에는 자기들끼리 오기보다는 부모와 함께 쇼핑하러 온다. 부모들이 충동구매가 잦은 10대들을 단속하기 때문이다. 가족들이 총출동한 손님들은 디자인뿐 아니라 가격과 실용성도 꼼꼼히 비교한다. 프레야타운의 캐주얼 매장을 찾은 김미연씨(46)는 "아이들에게만 쇼핑을 맡겨 버리면 비싸기만 하고 오래 입지도 못하는 옷을 사온다"며 "올해부터는 딸과 함께 쇼핑하러 온다"고 말했다. 물건값을 깎으려는 고객들이 늘어난 것도 최근의 변화다. 패션몰이나 전자상가는 아직도 가격 흥정이 가능한 곳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기본마진은 생각하지도 않고 깎아 달라는 고객들은 상인들의 골칫거리일 수밖에 없다. 최근 정찰제 드라이브를 걸고 있는 두타의 한 상인은 "물건 값을 깎아주다 플로어 매니저들에게 적발되면 영업정지를 당할 수도 있다"며 "에누리를 요구하는 손님을 제대로 응대하지 못해 그냥 보내버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말했다. 송형석 기자 cl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