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자칼럼] 학교 급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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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석제의 장편 '궁전의 새'엔 혼식장려를 위해 도시락을 검사하는 장면이 나온다.
가난한 진용이는 생일 덕에 난생 처음 도시락을 싸오지만 쌀밥이라는 이유로 선생님께 빼앗긴다.
겨우 돌려받는 순간 도시락이 떨어져 엎어지고 아이들의 눈은 커진다.
뒤집힌 아래쪽은 시커먼 보리밥이었던 것이다.
이런 일 외에도 중장년층에겐 도시락에 얽힌 기억이 많다.
겨울철 양은도시락을 난로에 올려 놨다 온 교실에 반찬냄새가 진동하던 일,밥과 반찬통이 구분 안돼 김치국물로 밥이 온통 벌겋게 되던 일,무 장아찌에 질렸던 일 등.행여 도시락을 안 들고 등교하면 어머니나 할머니가 점심시간에 갖다 주던 일까지.
살기가 나아진데다 학교급식이 실시되면서 이런 광경은 추억 속으로 사라졌다.
학교급식은 1981년 초 '학교급식법'이 공포되면서 제도화된 뒤 점차 늘어나다 지난 국민의 정부 시절 대통령 공약사항으로 전면 실시됐다.
학교급식의 장점은 많다.
반찬을 남기지 않도록 지도해 편식을 막고 공동 배식과 식사를 통해 사회성을 키워줄 수 있는가 하면 영양에 관한 교육도 가능하다.
도시락을 싸느라 애쓰던 어머니들의 짐을 덜게 된 것도 물론이다.
문제는 급식의 질과 위생관리다.
학교급식이야말로 메뉴 맛 위생관리 모두 세심하게 신경 써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렇지 못한 게 현실이다.
더욱이 중·고교 대부분에서 실시하는 위탁급식의 경우 한끼에 2천원 안팎인 식대에서 시설투자비 재료비 인건비 등을 충당하고 이익을 내자니 식품 질과 위생관리에 문제가 많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머리카락은 예사요,철수세미가 나온다고도 한다.
결국 학년초부터 집단식중독 사태가 생기자 교육부에서 '일일 위생·안전점검'을 의무화한다,'영양 및 위생관리 실명제'를 도입한다 법석이고 보건복지부에서도 관리를 철저히 한다고 나섰다.
학교급식 문제만큼은 관심을 두는 듯 하다가 유야무야 하지 않아야 한다. 더 큰 사고가 생기기 전에 특단의 대책이 세워져야 하겠거니와 내일부터라도 어머니들이 조를 짜 급식재료와 위생상태를 점검하러 나서야 할 것 같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