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발상'이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다. 기존 틀을 뒤집고 새로운 무엇인가를 시도할 때 사용하는 말이다. 음식점에 이러한 '역발상'을 시도한 곳이 있다. 서울 강남 7호선 논현역 2번출구를 나오면 바로 '무화잠'이라는 대게 전문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무화잠이라는 뜻은 대게가 많이 서식하는 섬에서 이름을 땄다. 이 집은 기본 메뉴가 일반 일식집과 같다. 회가 나오고,해산물이 나오고,각종 반찬이 딸려나오는 것도 여느 일식집과 비슷하다. 그런데 이 곳은 '딸려 나오는 음식'을 주메뉴로 바꿔 버렸다. 즉 일반 일식집에서 서비스로 제공하는 게요리를 '주요리화'해 버린 것이다. 보통 일식집에서 제공하는 게는 죽은 냉동게를 내놓지만 여기는 살아 있는 '킹크랩'과 '대게'를 준비한다. 원할 경우 대형 수족관에서 손님이 직접 게를 고르도록 했고 무게도 잴 수 있게 했다. 보통 1인당 6백g 정도를 먹으면 적당하다. 가격은 ㎏당 9만원이다. 대충 계산해도 1명에 5만원 정도면 회를 먹고 싱싱한 게도 동시에 맛볼 수 있다. 게를 먹고 있다 보면 '맛있는 것만 먹고 살기에도 인생은 너무 짧다'는 아쉬움이 밀려든다. '마냥 행복하다'는 생각도 든다. 게는 절대로 찔끔찔끔 먹어서는 안된다. 모아서 한 번에 입으로 넣어야 제맛이 난다. 주인 박명한 사장은 "손님을 배부르게 하지 않고서는 내보낼 수 없다"는 모토로 넉넉함을 자랑한다. 특히 "한국은 마지막에 국물이 있어야 한다"며 꽃게탕을 서비스하고 알밥을 내온다. 맛깔스러운 반찬들이 수시로 바뀌는데 이것도 맛있다. 예쁜 식자재만큼이나 내부 장식을 아름답게 해놨다. 가족 모임이나 손님 접대,그 어디에도 잘 어울린다. 오전 10시부터 문을 열고 다음날 새벽 6시까지 영업한다. 불야성을 이루는 강남에 새벽에는 해장국집 빼고 갈만한 식당이 없다는 데 착안해 새벽에도 문을 열었다. (02)3443-7852한은구 기자 toha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