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휘자 로린 마젤은 완벽한 절대음감과 한번 본 악보는 그대로 기억하는 비상한 기억력으로 이름높다. 그는 또 세계적인 지휘자라도 한번 무대에 서기 어려운 빈 필하모닉 신년음악회에서 아홉번이나 지휘봉을 잡은 진기록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최고의 지휘자중 한사람으로 꼽히는 로린 마젤이 서울시교향악단과 손잡고 오는 13일 예술의 전당 콘서틀홀에서 특별연주회를 가진다. 이날 공연에는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첼리스트 장한나도 함께 한다. 차이코프스키의 "로미오와 줄리엣" 환상서곡,로코코 주제의 의한 변주곡,쇼스타코비치의 교향곡 5번 다단조등을 한국팬들에게 선사한다. 4살때부터 지휘와 바이올린을 배우기 시작한 마젤은 불과 8세때 아이다호대학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하며 지휘자로서의 첫발을 내디뎠다. 11세때부터 15세 사이엔 뉴욕필하모닉,시카고 심포니,LA필하모닉 등 미국의 주요 오케스트라를 두루 지휘했다. 뛰어난 바이올리니스트로 피츠버그 심포니의 단원이자 부지휘자이기도 했던 마젤은 미국에서의 화려한 길을 포기하고 유럽무대에 도전,불과 30세의 나이에 바이로이트 페스티벌에서 바그너를 지휘하며 데뷔했다. 그는 바이로이트에서 지휘한 최초의 미국인이자 최연소 지휘자였다. 지금까지 1백50개 이상의 오케스트라를 지휘했으며 5천회가 넘는 오페라와 콘서트를 가졌다. 지난해 쿠르트 마주어의 후임으로 뉴욕 필하모닉을 이끌고 있는 마젤은 72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지금도 세계각지에서 활발한 음악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날 공연의 협연자 장한나는 11살때인 지난 94년 로스트로포비치 국제 첼로 콩쿠르에서 대상과 현대음악상을 동시에 차지하며 국제무대에 화려하게 데뷔했다. 세계적인 첼로의 거장이자 장한나의 스승이기도 한 로스트로포비치는 장한나에 대해 "음악적 스케일이 너무나 거대해 상상을 초월한다. 이처럼 재능있는 아이를 잘못 키우면 내가 죄를 짓는 것이다"라고 말할 정도로 제자의 재능을 높게 평가했다. 로스트로포비치외에도 타계한 주제페 시노폴리와 안토니오 파파노 그리고 이번에 함께 공연하는 마젤등이 그녀의 대표적인 후원자들이다. 마젤은 특히 "아낌없이 주는 나무"라는 부제가 붙은 짧은 첼로 협주곡을 장한나에게 선물할 정도로 각별한 사랑을 표시하고 있다. 장한나는 연주활동과 함께 현재 하버드에서 문학과 철학공부를 병행하고 있다. (02)399-1629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