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重 장기분규 후폭풍] 바이어들 발길 돌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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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중공업의 올해 매출목표는 2조4천3백79억원.
지난해보다 3천3백37억원을 낮춰 잡았다.
지난해 47일간 파업이 계속되면서 수주를 못한 것이 그 이유다.
경영진이 창원사업장에 발이 묶여 정상적인 수주활동이 불가능했던 것.
지난 1월9일부터 63일간 계속된 노사분규가 앞으로 미칠 영향도 만만치 않다.
연초 5천8백원이던 주가도 노사분규 타결직전인 지난달 10일 4천6백원으로 20% 빠졌다.
기업 이미지가 실추되면서 납기에 대한 불안감이 커지자 바이어들이 발걸음을 돌렸다.
발주업체들은 "수주를 하려면 납기를 지키겠다는 노조 동의서를 받아오라"고 대놓고 면박을 주고 있다.
◆ 매출성장률, 경쟁사의 5분의 1
두산중공업의 연 평균 매출 성장률은 2.0%.
GE, 알스톰, 지멘스 등 경쟁사(9.1%)의 5분의 1 수준이다.
영업이익률은 5.5%에 불과하다.
경쟁사 평균인 9.4%의 절반 수준이다.
"담수화 설비는 어느 정도 수준을 갖춘 업체라면 충분히 모방 가능한 기술입니다.
플랜트 설계 시공능력도 세계 최고라고 단언하기 어렵습니다. 한마디로 2급 경쟁력 수준입니다. GE, 알스톰과 같은 기업들은 기술이전을 기피하고 있습니다."
한때 황금알을 낳는 사업장이라는 명성을 가졌던 두산중공업의 현 상황에 대한 내부관계자의 솔직한 진단이다.
'노사분규-경영공백-신인도 하락-수주액 감소-고용불안'이라는 악순환이 반복되면서 경쟁력을 상실하고 있다고 이 관계자는 털어놨다.
◆ 빈사상태에 빠진 협력업체
세계 시장의 30%를 차지하는 담수화설비의 설계인력 1백여명은 현재 일이 없어 연구활동에만 '전념'하고 있다.
지난 2001년에는 1조원이 넘는 일감을 따왔지만 지난해는 단 1달러어치도 수주하지 못했다.
담수설비는 발전설비와 함께 두산중공업의 '얼굴'.
때문에 일이 없다고 인력을 딴데로 돌릴 수는 없다는게 회사측의 확고한 방침이다.
물론 단체협약상 인력 전환배치는 노조동의 사항이어서 회사가 마음대로 전환배치할 수도 없다.
정작 최대 피해자는 두산중공업을 모(母)기업으로 둔 협력업체다.
담수화 설비제작은 이들의 몫이었기 때문이다.
납기가 밀렸을 때는 2천3백명이 북적거렸지만 지금은 일손을 놓고 있다.
비정규직이 대부분인 이들은 아사(餓死) 직전이다.
두산중공업은 1차 협력업체만도 30곳이 넘는다.
이들로부터 재하청을 받는 2,3차 협력업체까지 감안하면 두산중공업의 경영공백은 지역경제에 치명적인 부담을 주고 있다.
◆ 불씨 남긴 노사분규
두산중공업 노조의 상급단체인 민주노총 금속노조는 최근 산별교섭을 시작하자고 회사측에 통보했다.
노사분규가 타결된지 한 달도 채 안된 시점이다.
두산중공업은 지난해 12월 노조와 단협을 맺으면서 2년단위로 단협을 하기로 합의,올해는 임금협상만 남겨두고 있다.
그런데도 민노총은 산별교섭을 통해 전국 사업장에 공통적용되는 기본협약을 맺자고 요구하고 있다.
회사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지만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지난해 상급단체와의 기본협약 체결을 거부한 창원단지내 5개 대형 사업장은 모두 파업에 들어갔다.
지난해 파업주동자의 회사복직 문제도 아직 말끔히 정리되지 않았고 회사측의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창원지방노동사무소의 조사도 결론이 나지 않았다.
회사 관계자는 "장기간의 노사분규가 끝이 나면서 노사 모두 얻은게 무엇인지 혼란스럽기만 하다"고 말했다.
창원=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