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어디까지나 엔지니어입니다.그리고 이 회견은 제가 엔지니어로 돌아왔음을 선언하는 자리입니다." 무명의 샐러리맨 연구원 신분으로 2002년 노벨화학상 수상자로 선정돼 세상을 깜짝 놀라게했던 다나카 고이치씨(일본 시마즈제작소 펠로우· 43)의 표정은 담담하면서도 차분했다. 자신의 이름을 따 설립된 다나카 고이치 질량분석연구소가 이달부터 본격 업무에 들어가는 것을 계기로 최근 교토의 시마즈제작소 본사에서 기자와 만난 그는 "연구 현장에 복귀할 수 있게 돼 기쁘다"는 말을 수차례나 되풀이했다. 레이저 이온화법에 의한 질량분석 연구로 노벨화학상을 받은 그가 한국 기자와 인터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시마즈제작소의 테크니컬센터 건물 내에 1백㎡ 크기로 들어선 이 연구소는 질량분석 연구를 뒷받침하기 위한 각종 장비가 갖춰져 있으며 소장인 다나카씨를 포함,모두 6명이 근무하게 된다. 연간 2억엔의 예산을 투입,질량분석계의 기초연구 개발과 이를 이용한 생체관련 물질의 해석기법 개발 및 제약,환경 등 타분야에 대한 응용연구를 폭넓게 진행할 예정이다. "항상 새로운 가능성에 도전하는 각오로 외국 전문가와 국내외 연구기관,그리고 기업의 과학 두뇌들과 대화하고 토론하면서 지혜 및 정보를 모으는 방식으로 운영할 것입니다." 기초연구와 제품개발,판매에서 고객의견 수렴까지의 모든 기능과 과정이 하나로 합쳐진 이상적 모델로 연구소를 꾸려가 보겠다고 밝힌 그는 그러나 소장자리를 의식하지 않고 직접 현장에서 실험과 연구에 전념할 것이라고 다짐했다. 이와 함께 "질량분석 연구를 고도화하면 혈액 한방울로도 난치병을 간단히 진단할 수 있는 때가 올 것"이라며 "세계 어디서도 최고의 진가를 인정받는 '온리 원(Only One)'의 연구성과를 거두고 싶다"고 강조했다. "제가 노벨상을 받는다는 것은 말도 안되는 소리라고 생각했습니다.갑자기 너무나 큰 상을 받아 늘 어깨가 무거웠으며 짐에서 벗어날 수 없었던 게 사실입니다." 그동안의 심정 변화를 묻는 질문에 그는 "이제부터라도 심기일전해 신입사원 때와 같은 의욕과 각오로 일하겠다"고 말했다. 실험장치를 만지며 새로운 아이디어를 떠올리는 시간을 가질 수 없다면 엔지니어의 생명은 시들어버릴 수 밖에 없다고 강조하는 그는 연구소에 자신의 이름을 붙인 것이 못내 쑥스럽다며 부끄러운 표정을 감추지 않았다. 노벨상 수상자 발표 직후 작업복 차림으로 기자회견장에 나와 전일본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심어줬던 그는 이날도 같은 작업복 차림으로 회견에 임해 엔지니어 일에 강한 자부심을 갖고 있음을 짐작케 했다. "주위 사람들에게 저를 아예 무시해 달라고 당부합니다." 유명세 때문에 지금도 대중교통 수단을 이용할 수 없느냐고 묻는 기자의 질문에 그는 "이제 보통의 엔지니어 회사원으로 살아가고 싶다"면서 "자신을 스타가 아닌 보통의 이웃으로 대해 달라고 사정한다"며 환하게 웃었다. 도쿄=양승득 특파원 yangs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