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업계 1위인 진로가 다국적 투자회사인 골드만삭스 문제로 골치를 앓고 있다. 진로의 최대 채권자인 골드만삭스가 중요한 시기마다 경영정상화 계획에 찬물을 끼얹는 행동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골드만삭스 계열사인 세나 인베스트먼츠가 지난 3일 화의중인 진로에 대해 전격적으로 법정관리를 신청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게 진로의 판단이다. 진로에 따르면 골드만삭스측의 '딴죽걸기'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지난 98년 화의절차에 들어간 이후 무려 6차례의 경영 방해행위가 있었다고 진로는 밝혔다. 2000년 8월 진로 계열사인 진로건설과 진로종합식품에 대한 파산신청,2002년 3월 진로홍콩법인에 대한 파산신청 등이 진로가 밝힌 경영 방해행위의 대표적 사례다. 문제는 진로의 대응이 마뜩찮다는 점이다. "최대 채권자가 법에 보장된 권리를 행사하겠다는 데 뭐라고 하겠습니까.당하고 있을 밖에요"라는 푸념만 되뇌고 있다. 도산법 등 관련 법률상 자본금의 10%를 넘는 채권을 보유한 채권자는 언제든지 법원에 법정관리 등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번 법정관리신청은 과거와 같은 단순한 딴죽걸기 이상의 의미를 지녔을 것이라는 게 주류업계 안팎의 우려다. 1조6백억원의 외자유치와 관련한 채권단 협의 과정에서 채무를 우선 상환받기 위한 고압전술로만 보기에는 뭔가 미심쩍은 점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유력한 시나리오중 하나는 골드만삭스가 우호적인 채권자들을 모아 기존 대주주를 배제한 채 제3자 매각을 추진할지도 모른다는 것이다. 지난해말 현재 골드만삭스의 지분은 진로에 결정적인 타격을 가할 수 있을 정도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많다. 골드만삭스는 99년 외환위기 와중에 헐값으로 쏟아져 나온 진로 채권을 자산관리공사로부터 집중적으로 사들였다. 진로가 이번 법정관리신청을 경영 방해행위의 하나로 의미를 축소했다가는 큰코다칠 수 있다는 말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금융시장에서 다국적 투자회사는 철저하게 자기 이익에 따라 기업을 사냥한다는 '정글의 법칙'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고기완 산업부 생활경제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