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세돌의 기세냐,유창혁의 반격이냐.' '쎈돌' 이세돌 6단과 '일지매' 유창혁 9단이 KT배 마스터스 프로기전 결승(3번기)에서 만나 5일부터 맞대결을 펼친다. 얼마 전 '최강자' 이창호 9단을 3-1로 누르고 LG배를 품에 안은 이 6단은 내친 김에 국내 최대 타이틀(우승상금 5천만원)인 KT배마저 정복,국내 1인자로 등극하겠다는 각오다. 이 6단은 이 대회에서 한때 '정상 3인방'으로 불렸던 기사들을 모조리 꺾었다. '야전사령관' 서봉수 9단(16강)과 '바둑황제' 조훈현 9단(8강),그리고 이창호 9단(준결승) 등이 모두 이 6단의 '한 칼'에 맞아 탈락했다. 만약 결승에서 유 9단까지 격파한다면 이 6단은 한 대회에서 '정상 4인방'을 모두 제압하는 기록을 수립하게 된다. 유 9단으로서도 이번 결승전은 물러설 수 없는 한 판이다. 무관의 설움에서 벗어나는 것은 물론 이 6단에 대한 '구원(舊怨)'도 풀어야 하기 때문이다. 지난 2000년 배달왕전 결승(2-3패)과 지난해 KTF배(1-2패),그리고 후지쓰배(1-0패)까지 유 9단은 세 차례의 주요 대회 결승 무대에서 번번이 이 6단에게 쓴 맛을 보았던 것. 이 때문에 바둑계에는 이 6단을 오늘의 스타로 키운 주인공은 유 9단이라는 말까지 나돌고 있다. 두 기사간 역대 전적에서는 유 9단이 12승11패로 근소한 우위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최근 1년간 전적만 놓고 보면 2승5패로 유 9단이 이 6단에게 밀리고 있다. 결승 전망에 대해 바둑계는 대체로 '이 6단 우세'로 기우는 편이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박빙의 승부가 되겠지만 KT배가 속기전이라는 점과 최근의 기세를 감안하면 이 6단이 유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유 9단도 이런 점을 솔직하게 인정한다. 유 9단은 "속기전에서는 누가 정확하고 빠르게 수를 보느냐가 관건이다.수읽기가 빠른 이 6단과의 대결인 만큼 조심스럽게 판을 짜 나가겠다"고 밝혔다. 김재창 기자 char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