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 펀드인 크레스트시큐러티즈가 SK(주)의 1대주주로 올라섬에 따라 이 회사 경영권 향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이 회사에 대한 SK그룹 지분이 총 32%에 달해 경영권 방어 가능성이 높지만 인수합병(M&A)시도나 그린메일(Green Mail)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하기 어렵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SK㈜는 10%이상의 자사주 취득을 검토하는 등 대응책 마련에 착수했다. 4일 금융감독원과 증권업계에 따르면 SK 지분 8.64%를 매집한 크레스트시큐러티즈는 중장기투자펀드나 헤지펀드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파악됐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크레스트는 저평가 종목에 투자하는 유럽계 펀드로 SK 경영권에 관심이 없다"고 말했다. 금감원도 M&A를 노린 지분매집보다는 수익창출을 목적으로 한 저가매수로 파악하고 있다. SK그룹도 투자목적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나 크레스트시큐러티즈의 움직임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SK㈜ 관계자는 "주주가치 극대화와 투명경영을 위해 크레스트시큐러티즈가 어떤 요구를 해온다면 적극 협의할 방침이나 적대적 M&A 의도라면 모든 수단을 동원해 방어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3일현재 SK(주)에 대한 SK그룹 지분은 △SKC&C 8.49% △SK케미칼 2.22% △SK건설 2.33% △자사주 10.24% 등 23.5%에 달한다. 8% 내외로 알려진 SK글로벌 해외법인 지분을 합치면 32% 수준으로 늘어난다. 삼성증권은 이날 자사주와 계열사 등 특수관계인 지분을 감안하면 인수합병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골드만삭스증권도 SK그룹이 계열사 지분을 통제할 수 있다는 점에서 SK(주) SK텔레콤 경영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CSFB증권은 그룹 지배구조와 한국내 보이지 않는 장벽 등을 고려할 때 인수 가능성은 낮다고 밝혔다. 반면 세종증권 유영국 과장(애널리스트)은 "의결권이 없거나 제한받는 자사주와 계열사의 상호 출자지분을 빼면 SK그룹의 실제 지분은 12∼13%대에 머물 것"이라면서 "적대적 M&A나 그린메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최태원 회장이 구속됐고 보유지분이 채권단에 위임된 상태에서 SK는 기업어음과 회사채 만기에 대비한 유동성 확보가 더 시급하다"면서 "적대적 M&A나 그린메일을 적극 방어할 수 있을지가 관심을 끈다"고 설명했다. 이건호·정태웅 기자 redael@hankyung.com .................................................................. ◆그린메일=경영권이 취약한 기업의 지분을 매집한 뒤 대주주에게 인수·합병(M&A) 포기의 대가로 높은 가격에 지분을 되사줄 것을 요구하는 행위. 대주주에게 초록색인 미달러화를 요구하는 편지를 보낸다는 점에서 그린메일이라는 이름이 붙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