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의 담합 결정이 번번히 법원으로부터 제동이 걸리는 이유를 법률전문가들은 '담합추정 조항'에서 찾고 있다. 공정거래법 19조는 △기업들이 비슷한 시기에 유사한 수준으로 가격을 올리고 △이로 인해 경쟁이 제한된다고 판단될 경우 구체적인 물증이 없더라도 담합으로 '추정',엄청난 액수의 과징금을 물리도록 규정하고 있다. 공정위는 이와관련,"담합은 워낙 은밀하게 이뤄지기 때문에 추정조항이 없을 경우 현실적으로 제재가 거의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우리나라에만 있는 이 조항은 줄곧 '억울한 피해자를 양산한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지난 2001년 자동차보험료를 동시에 올린 11개 손해보험사나 이번 맥주3사 소송에서 보듯이 가격인상 요인 때문에 어쩔 수 없이 값을 올린 기업들까지도 담합으로 몰리기 일쑤다. 특히 시장을 주도하는 마켓리더가 가격을 올리면 다른 업체도 따라오는 게 시장의 상례인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추정조항은 '공정위가 마음먹기에 따라 자연스런 가격인상도 담합으로 몰 수 있다'는 위험성을 내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 로펌(법률회사)의 한 변호사는 "공정위가 추정 조항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한국기업들은 10∼20년이 지나도 기업들이 상품값을 올릴 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공정위가 추정조항을 무리하게 적용해 기업을 제재하기 보다는 외국처럼 '내부자 고발'을 활성화해 담합을 입증하고 기업결합 심사를 강화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오상헌 기자 ohyea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