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테크 시장은 별다른 특징이 없는 지루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굳이 찾아 본다면 장기채권이 인기를 끌면서 장기 금리가 하락하고 이것을 막으려는 한국은행과 시장과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주 한국은행은 통화안정증권을 직접 풀어 장기금리를 끌어 올리려 했으나 별 효과를 거두지 못했다는게 시장의 평가다. 현 시점에서 한국은행이 왜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고민하는가. 이 문제는 당분간 재테크 시장에서 최대 관심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론적으로 장기금리가 단기금리보다 높은 '단저장고(短低長高)'의 정상적인 수익률 곡선이 형성되면 그만큼 경기가 회복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반면 '단고장저'의 역 곡선이 만들어지면 경기가 침체될 가능성이 높아짐을 의미한다. 이달들어 장.단기 금리차(국고채 수익률-콜금리)는 0.5%포인트 이내로 축소돼 거의 차이가 없는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는 정책금리인 콜금리를 인하하거나 장기금리를 끌어올려 장단기간 금리차를 키우는 것이 한국은행의 역할이다. 문제는 현재 콜금리가 너무 낮다는 점이다. 테일러 준칙(Taylor's rule)과 같은 한 나라의 적정금리를 산출하는 방법을 통해 현재 콜금리인 연 4.25%를 평가해 보면 우리 경제여건에 비해 낮게 형성돼 있다. 금리를 내리고 싶어도 쉽게 내릴 수 없는 수준이란 얘기다. 만약 현 시점에서 시장의 기대대로 콜금리를 더 내릴 경우 금융부채가 실물투자 수익률보다 상대적으로 낮아 보이는 '부채-디플레 신드롬(debt-deflation syndrome)'을 심화시켜 부동산 투기 등의 부작용을 부추길 우려가 높아진다. 바로 이 점이 최근 한국은행이 장기금리를 끌어올리기 위해 애쓰는 이유다. 불행히도 지금처럼 대내외 금융시장의 불안으로 국채와 같은 안전자산에 대한 선호경향(flight to quality)이 높고 시중부동자금이 3백70조원에 달하는 상태에서는 통안증권과 같은 국채의 발행을 통해 장기금리를 끌어올리는 정책은 기본적으로 한계가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고려하고 있는 것처럼 금리조절풀(pool)로 국채 뿐만 아니라 일부 우량기업의 회사채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고려해볼 것을 권유한다. 또하나 주목해야 할 변수는 단기적으로는 커다란 변화가 없을 것으로 보이나 중장기적으로 의외로 변화 가능성이 있는 원.달러 환율의 움직임이다.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국내금융사들이 2.4분기에 집중적으로 도래될 것으로 보이는 외화차입금을 어떻게 충당할 것인가 하는 점이다. 올 2.4분기에 만기가 도래되는 국내 금융사의 외화차입규모는 60억~65억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국내금융사들의 외화조달 여건은 쉽게 개선되기는 어려워 보인다. 특히 국제금융기관들이 개도국 금융사들에 대한 신용선(credit line)을 축소할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 것이 우려되는 대목이다. 더욱이 올들어 무역수지가 적자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서비스 수지 적자폭도 좀처럼 줄어들지 않고 있다. 현 시점에서 외국인 투자자들이 한국 증시에 대해 우호적인 입장으로 변하는 것을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다만 이라크 파병안이 국회를 통과한 후 외국환평형기금채권 가산금리가 낮아지고 있는 점이 국내 금융사의 외화차입 여건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결국 시장에 외환당국의 환율안정 의지가 약화되는 조짐이 시장에 비춰지면 원.달러 환율은 지금 수준보다 올라갈 가능성이 높다. 그 어느 때보다 환율 움직임에 관심을 가져야할 시점이 아닌가 생각한다. 한상춘 < 논설.전문위원 schan@hankyung.com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