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려한 색상을 자랑하는 열대의 꽃과 숲 사이를 걸으며 이국적인 정취를 만끽할 수 있는 곳,경남 외도.이름 그대로 거제도 '바깥' 평범한 섬이었던 외도는 현재 인공적으로 조성된 아름다운 해상공원으로 탈바꿈했다. 보통 자연미를 내세우는 우리나라 섬으로서는 말하자면 외도(外道)를 감행하고 있는 셈이지만 신선하고 독특한 풍광 덕분에 나날이 인기가 치솟고 있다. 멀리서 보면 한 덩이의 섬으로 보이는 외도는 사실 동도와 서도로 나뉘어 있다. 그 중 더 작은 동도는 아직 사람의 손길이 닿지 않은 자연그대로의 모습이다. 크기가 동도의 세배쯤 되는 서도에 이국풍의 해상공원이 꾸며져 있다. 야자수와 바나나 나무의 넓은 잎이 바람 따라 시원스레 하늘을 쓸고 스파르티움,니포피아,루피너스 등 이름도 생소한 열대의 꽃들이 곳곳에 피어있다. 길다란 철판이 구불구불 휘어진 듯 잎을 뻗은 커다란 선인장과 보기만 해도 여유가 느껴지는 벤치가 서로 어울린다. 어디를 보아도 초록빛,그리고 바다. 이 완벽한 해상공원이 어떻게 생겨났는지 문득 궁금해진다. 본래 외도는 전화도 전기도 들어오지 않는 척박한 외딴 섬이었다. 30년전 여섯 가구가 살던 때에는 연료가 없어 주민들이 백년도 더 된 동백나무를 잘라 땔감으로 쓸 정도였다. 이러한 외도를 오늘과 같은 모습으로 가꾸어낸 이들은 이창호(68) 최호숙(67) 부부.낚시를 즐기며 외도와 인연을 맺은 이 사장이 섬을 매입했다. 처음에는 밀감재배,돼지사육 등을 시도했으나 실패했고,그러한 시행착오를 통해 이 섬에 가장 잘 어울리는 것이 무엇인지를 알게 됐다. 1976년에 관광농원 허가를 받고 4만7천 평을 개간하여 원시림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1만 3천평의 수목원을 조성했다. 또한 자생 동백나무 외에 아열대 선인장,코코아 야자수,선샤인,유카리,종려나무,부겐빌리아 등 천여 희귀종을 심어 온대 및 열대식물원을 가꾸면서 오늘에 이르렀다. 4월 봄을 맞아 꽃들이 만발한 외도는 지금 그야말로 지상의 낙원이다. 짙푸른 남해의 물결을 가르며 외도에 도착하면 선착장 바로 앞의 예쁜 아치 정문이 반긴다. 관광을 돕기 위해 설치된 방향표시를 따라 길을 조금 걸어 올라가면 아열대 식물원이 시작된다. 길 양쪽으로 야자나무들이 도열해 있는 모습이 남국의 멋을 풍겨온다. 이어진 선인장 동산에는 백여 종의 희귀한 선인장들이 갖가지 모습을 뽐내고 있다. 겨울에는 비닐하우스를 만들어 덮었다가 봄이 되면 걷어내는 식으로 관리 유지를 하고 있다. 선인장 동산 위로는 외도의 풍경 중 가장 유명한 비너스 가든이 자리하고 있다. 예전에 분교가 있던 자리를 잔디밭으로 가꾸고 동백나무를 심어 선형 무늬를 만들었다. 프랑스 베르사이유 궁전의 정원을 본따 조성했다는 이곳에는 이탈리아에서 수입해 온 하얀 대리석상들이 늘어서 있다. 지중해 식으로 지어진 깔끔한 모양의 사택 리스 하우스에서 바다 쪽으로 쭉 뻗어나간 정원의 배치가 독특하다. 정원 옆의 파라다이스 라운지에서 간단한 음료를 마시며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유람선이 만드는 물보라 위에 눈부신 햇살이 부서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한껏 여유를 부릴 수 있는 곳이다. 근처에는 어린이들이 사진도 찍고 놀이도 할 수 있는 놀이동산이 있다. 비너스 가든 위의 화훼단지에는 세계각지에서 들여온 희귀한 꽃들과 철쭉,민들레,봉숭아 등 우리 고유의 자생식물들이 어우러져 있다. 꽃길을 지나 무성한 대숲을 지나면 바다가 보이는 제1전망대이다. 발 밑 바로 아래서 파도가 굽이치는 해안절벽 위에 난간을 설치해서 해금강,대마도,서이말 등대 및 숲으로 뒤덮인 원시림의 외도 동도,공룡바위 등을 훤히 볼 수 있다. 전망대 아래로는 놀이조각공원이 있다. 말타기 놀이,구슬놀이,재기차기 등을 하며 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조각으로 표현되어 있다. 그 옆 동백나무사이로 국내 유명 조각가들의 작품이 평화롭게 누워있는 또 하나의 조각공원이 있다. 그 끝에 탁 트인 바다가 보이는 광장이 명상의 언덕이다. 다시 소철과 야자수 길을 따라올라 가면 외도의 전경과 푸른 바다의 모습이 한눈에 훤히 보이는 제 2전망대가 있다. 그 다음 만나는 곳이 외도의 자랑 천국의 계단이다. 편백나무 숲이 열십자로 길다랗게 서 있는 길 한가운데로 돌계단이 가지런히 이어져 올라간다. 외도 관광의 막바지에는 아름드리 후박나무 아래 샘솟는 물이 여행객의 목을 축여준다. 다시 선착장으로 돌아오면 외도의 개발과정을 담은 옛날 사진과 자료를 전시해 놓은 외도 기념관과 배를 기다리는 동안 탁 트여진 바다와 해금강을 관망할 수 있는 바다전망대가 마지막까지 방문객의 편의를 배려한다. 아쉽게도 관광객들이 외도에 머물 수 있는 시간은 1시간 30분.외도의 아름다움을 감상하기 위해 몰려드는 인파를 작은 섬 안에 모두 수용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편안한 클래식 음악을 들으며 짙은 꽃향기 속을 거닐 수 있는 곳.해금강의 절경과 푸른 바다 내음이 시각과 후각을 동시에 자극하는 곳.틀에 박힌 일상으로부터의 외도를 꿈꾼다면 이보다 좋은 곳은 없을 듯하다. 글=정상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