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부고속도로 북대전 톨게이트를 빠져나가 신탄진 방면으로 승용차로 3~4분 가면 대덕테크노파크 조성단지 바로 옆에 한솔제지 대전공장이 눈에 들어온다. 국내 최대의 백판지 생산공장이다. 백판지는 과자박스 약품상자 등에 쓰이는 종이다. 7만2천평 부지에 자리잡은 이 공장 한켠에는 백판지 원료인 고지(古紙)가 높이 쌓여있다. 헌신문지 폐지 등을 가득 실은 트럭들이 쉴새없이 공장을 드나든다. 하루에 들어오는 종이 무게만 1천8백여t이다. 생산라인이 있는 곳으로 들어서자 뜨거운 열기가 후끈 와닿는다. 고지가 백판지로 태어나면서 발생하는 열 때문이다. 고지는 컨베이어 벨트로 옮겨져 물 화학약품 등에 섞여 백판지의 원료가 된다. 원료는 1백20m에 달하는 섬유망에 뿌려지고 물을 빼고 스팀으로 말리는 과정과 코팅 등을 차례로 거치면서 "쓸만한 종이"인 백판지로 탈바꿈한다. 공장자동화로 작업인원은 거의 보이지 않지만 항상 긴장을 늦추지 못한다. 롤에 감기던 종이가 중간에 끊어지면 큰일이기 때문이다. 한 롤에 감기는 백판지는 보통 폭이 4.6m며 길이는 20km정도. 한 롤의 무게는 대략 25t이다. 얼어붙은 국내외 경기와는 달리 이곳은 지난해 호황의 열기를 이어가고 있다. 수출시장 다변화 정책과 원가절감으로 국제경쟁력이 점점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24시간 가동하고 있다. 이 공장에서 하루에 생산하는 백판지는 1천6백t. 연간 생산량은 55만t 안팎에 이른다. 생산량의 70%가 수출된다. 수출을 기다리며 팔렛 위에 가지런히 쌓인 백판지의 포장지 겉면에는 베트남 싱가포르 중국 등 수출 국가의 이름이 크게 쓰여져 있다. 김은석 공장장은 "지난달 t당 생산원가를 지난해보다 1만원 줄인 경영혁신운동과 6시그마 운동 등으로 국제경쟁력을 키우고 있다"며 "올해는 지난해보다 1만t 늘어난 33만t의 백판지를 수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대전=김문권 기자 m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