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의 한국전문가들은 한국이 외국인 투자유치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북핵문제 해결과 금융 및 기업의 회계투명성 강화가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지적했다. 그러나 북핵문제는 미국의 '이라크전쟁 학습효과' 덕분에 외교적으로 풀릴 것이라고 낙관론(87.1%)을 피력했다. 이같은 내용은 오는 14일 한국IR을 앞두고 한국경제신문이 씨티그룹 메릴린치 골드만삭스 등 월가의 미국 금융기관에 종사하고 있는 70명의 한국전문가들을 대상으로 긴급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밝혀졌다. 설문조사는 뉴욕 현지에서 3월31일부터 4월2일까지 3일간 실시됐다.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와 관련, 조사 대상자의 55.7%가 '다소 불안하다'고 응답했다. 그러나 그 이유가 대부분 미국의 경기침체(38.5%)와 북핵 문제(10.3%) 등을 꼽는 등 한국경제 자체의 펀더멘털에 대한 문제제기는 거의 없었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평가는 응답자의 절반이상인 55.7%가 "아직 평가하기에는 이르다"는 이유로 입장을 유보했다. 나머지 응답자 중에서는 부정적인 평가와 긍정적인 평가가 엇비슷했다. ◆ 북핵처리와 기업회계투명성이 한국경제의 최우선 과제 =한국에 대한 투자를 늘리기 위한 선결과제는 '북핵문제 처리'와 '금융 및 기업의 회계투명성 확보' 등 두가지로 집중됐다. 복수응답을 허용한 이 문항에 대한 답변은 모두 84개였는데, 절반이상인 43개(51%)가 북핵처리를 첫번째로 꼽았고 금융.기업의 회계투명성 확보가 28개로 33.3%를 차지했다. ◆ 한국경제 펀더멘털은 비교적 긍정적 =한국경제에 대한 평가는 '아주 약함'에서 '아주 강함'까지 5단계중 하나를 선택하는 것이었다. 응답자의 절반이상인 55.7%가 '다소 약하다'고 답했고, '보통'은 30%였다. 응답자의 85%가 한국 경제가 '보통 이하'라고 평가했음에도 불구하고 펀더멘털이 긍정적이란 해석이 가능한 것은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한국경제의 어려움이 국내문제보다는 미국 및 세계경기침체와 북핵사태에서 비롯된다고 지적했기 때문이다. 결국 한국경제는 세계경제의 전반적인 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으나 세계경제가 회복되면 빠르게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을 월가가 갖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는 최근 한국경제의 기초여건이 좋다는 IMF의 보고서와 무디스 등 국제신용평가회사들의 분석과도 맥을 같이하는 결과다. ◆ 노무현정부 평가는 긍정.부정 엇비슷 =노무현정부에 대한 평가는 '매우 부정적'에서 '매우 긍정적'까지 5단계중 하나를 선택하고 그 이유를 물었다. 응답자의 55.7%인 39명이 '보통' 이거나 응답을 유보했다. 나머지 응답중 부정적인 평가와 긍정적인 평가는 엇비슷했다. 부정적으로 평가한 이유로는 노 대통령의 △경험부족(7명)이 가장 많았고 △미국과의 관계악화(5명) △경제정책일관성 부족(4명) 등이 다음을 이었다. 긍정적 평가는 'SK그룹의 처리'가 단연 큰 이유였다. SK그룹 회계조작 사건을 과감히 처리한 것에서 보듯 △'재벌개혁의지가 강하다'(11명)는게 대부분이었고 △새로운 시대의 리더(2) △야당과 갈등을 일으키지 않으려 하는 점(1) △동북아경제권 추진(1) 등도 포함됐다. 뉴욕=육동인 특파원 dong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