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취업난은 여전히 심각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불황에 이라크전까지 겹쳐 기업체들의 채용 수요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최근 한 채용정보 업체가 국내 3백여개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응답한 업체의 58%는 2.4분기중 채용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따라 대학들은 새학기임에도 불구하고 학생들의 취업 준비를 돕기 위한 각종 특강과 기업설명회를 잇달아 개최하고 있다. 최고경영자(CEO)가 만난 모교총장, 이번에는 서강대 류장선 총장과 우리은행 이덕훈 행장이 '기업이 원하는 인재상'을 주제로 대담했다. ----------------------------------------------------------------- △ 이덕훈 행장 =참여정부는 '경쟁과 자율을 통한 학벌 중심주의 타파'를 대학 정책으로 밝혔습니다. 여기에 교육시장까지 개방된다면 대학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질 겁니다. 서강대의 전략은 무엇인가요. △ 류장선 총장 =그동안 서강대는 양적 팽창보다 질적 수월성(秀越性)을 추구해 왔죠. 학생 수는 타 대학보다 적지만 엄격한 학사관리와 외국어.인성교육에 주력해 왔습니다. 앞으로 이 특성을 살리고 기업이나 해외 대학과 꾸준히 협력해 질적으로 인정받는 대학을 만들 생각입니다. △ 이 행장 =학창시절을 돌이켜보면 서강대는 '공부 많이 시키는 대학'으로 유명했습니다. 결석이 잦으면 낙제시키는 'FA제도'를 도입했고 한 학기 네 차례나 시험을 봤습니다. 지금도 이런 전통이 있나요. △ 류 총장 =지금도 유지되고 있습니다. 그런 전통을 통해 서강대는 43년이란 길지 않은 시간에 명문대로 발전할 수 있었다고 봅니다. 지금도 내실있는 교육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습니다. △ 이 행장 =영어를 말씀하셨으니까 드리는 얘깁니다만, 학창시절 1주일에 영어강의를 5시간이나 들어야 할 정도로 영어교육이 강조됐죠. 60년대부터 이렇게 글로벌화된 교육을 시작한 덕택에 서강대 출신들은 외국계 기업이나 상사 등에 많이 진출할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서강대의 다른 특징은 또 어떤게 있는지요. △ 류 총장 =현장과 맞닿은 교육을 추구한다는 거죠. 예를 들어 경제학과는 그동안 현실과 이론을 결합시킨 교육을 펼쳐와 '서강학파'라는 학문영역으로도 인정받고 있습니다. 또 벤처창업보육센터를 통해 벤처업계 리더를 많이 배출했습니다. 지역사회와의 교류도 강화해 나갈 생각입니다. 미국 스탠퍼드대학이 실리콘밸리의 배후 연구기지 역할을 해온 것처럼 서강대도 상암경기장 주변에 건설될 예정인 창업보육센터를 서울 마포구청과 공동 운영할 계획입니다. 국제화 분야에서는 독일 지멘스사와 자매결연을 맺고 인턴십을 운영중입니다. 매년 대학원생 20명을 독일의 여러 대학에 보내고 있죠. 앞으로는 학부생들에게도 혜택을 늘려 나갈 작정입니다. △ 이 행장 =서강대는 학생들의 창의력을 키울 수 있는 프로그램도 많이 운영했습니다. 예를 들어 학생들이 직접 영어로 뮤지컬을 하기도 했죠. 방송계와 영화.문화계에 서강대 출신들이 많은 이유는 바로 이 때문입니다. 앞으로도 창의력을 키워 주는 교육프로그램을 많이 확대하면 좋을 것 같습니다. △ 류 총장 =적극 참고하지요. 한 가지 덧붙인다면 서강대는 국제화 분야에서도 많은 발전을 이루고 있습니다. 현재 37개국 학생들이 서강대에서 공부하고 있는데 앞으로 영어로 진행하는 강의를 늘려 국제화교육을 확대할 생각입니다. 외국학생들이 한국어와 한국문화 등 한국에 대한 모든 것을 배울 수 있는 '한국학'을 학위과정으로 발전시키는 계획도 추진중입니다. 서강대의 설립기관인 가톨릭 예수회가 운영하는 전세계 2백17개 대학과 네트워크를 형성한다면 명실상부한 국제 한국학 교육의 중심지로 발전시킬 수 있을 겁니다. △ 이 행장 =대학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대학경영 방식에도 많은 변화가 있더군요. 대학도 학생과 기업 등 수요자가 중심이 되는 경영방식을 많이 도입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 류 총장 =기업과 학생들을 위한 다양한 교육을 마련해 놓고 있습니다. 기업들이 채용한 서강대 졸업생을 바로 투입 가능토록 현장 연계교육을 늘렸는데요. 예를 들어 특수대학원에서는 사회 유명인사와 현장 기업인들을 초청해 강의를 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 이 행장 =요즘 입사한 사원들은 대부분 해외 어학연수 경험이나 경영학 석사(MBA) 자격 등을 가진 우수 재원이 많더군요. 기업들이 연공서열보다는 능력과 성과 중심으로 평가한다는 점을 감안할 때 희망하는 일을 하려면 실력을 키우는게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맡은 일을 듬직히 해내는 성실성과 창의력도 당연히 필요하지요. △ 류 총장 =서강대는 실력양성은 물론 성실성과 창의성을 키우는 인성교육에 중점을 둬 왔습니다. 다양한 봉사활동을 직접 체험할 수 있는 교양과정을 개설해 지난 학기 70∼80명이 수강했습니다. 이번 학기엔 2백∼3백명의 학생들이 봉사활동에 나서고 있지요. 2∼3년 내에 경기도 가평에 1학년 학생들이 장기 합숙하면서 어학교육과 봉사활동을 경험할 수 있는 연수원을 만들 생각입니다. 정리=정구학.이태명 기자 chihir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