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주민 일가족 3명이 작은 목선을 타고 북한을 탈출,동해안으로 귀순했다. 6일 새벽 4시 15분께 강원도 강릉시 주문진항 앞바다 2마일 해상에서 선명이 없는 목선(일명 전마선)이 표류중인 것을 고기잡이 나가던 어성호(4.5.t급) 선장 진철수(47.주문진읍 주문 12리 8반)씨가 발견, 함께 조업 나갔던 대왕호(2.43t급) 선장이태용(54)씨가 경찰에 신고했다. 길이 5m, 폭 2m의 이 전마선에는 발견 당시 북한 주민 김정길(46.양봉업.함경남도 라원군 라흥구 90번지)씨와 동생 정훈(40.어부)씨, 김정길씨의 아들 광혁(20)씨 등 3명이 타고 있었다. 북한 주민이 배를 타고 동해안으로 귀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들은 신고를 받고 출동한 속초해양경찰서 주문진파출소 김호연(경위)소장 등에게 즉각 귀순의사를 밝혔다. 김소장은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에 '북한에서 왔습니다', `귀순이 맞느냐'는질문에는 `맞습니다'라고 답했다"면서 "우리 어선에 옮겨탄 뒤 담배를 주자 안심이되는 듯 크게 소리내 웃었다"고 말했다. 이들은 또 `살았다'`남쪽으로 오고 싶어했다'`(남쪽으로 내려오는 방향에 대해)동생말이 맞았다' 등의 말과 함께 가족관계 등에 대해서도 김소장에게 비교적 자세히 설명했다. 이들이 탄 목선은 어민들이 고기잡이를 위해 쳐 놓은 유자망 그물에 스크류가걸려 표류하다 어민들에게 발견됐다. 이들을 처음 발견한 어성호 선장 진철수씨는 "아들과 함께 오전 4시께 주문진항을 출항한 후 바다에 장애물이 있어 접근해 보니 전마선이었다"며 "처음에는 간첩선인줄 알고 접근을 못했는데 조금있다 배에서 손을 흔들며 소리를 질러 사람이 있는줄 알았다"고 말했다. 발견 당시 이들은 기름에 찌든 짙은 색 옷에 추위를 견디려고 흰 소금포대를 쓰고 있었다. 이들은 이날 오전 9시 20분께 주문진항에 도착한 뒤 모처로 옮겨져 관련 기관의합동심문을 받았다. 김씨 등은 조사과정에서 2000년 김정일(金正日) 국방위원장의 생일선물로 꿀 60t을 채취하도록 지시받았으나, 이행하지 못하는 바람에 김씨가 북한 당국에 체포돼강제 수용됐고, 나쁜 출신 성분으로 여러가지 불이익을 받아 불만을 가져왔다고 밝혔다. 김씨는 또 지난달 31일 동생 정훈씨가 평소 알고 지내던 함남 라원군 라흥구 선박소초장에게 배를 사용하게 해주면 성게를 잡아 돈으로 주겠다고 한 뒤 지난 2일오후 6시께 배를 얻어 3명이 함께 출항해 남쪽으로 향했다고 말했다. 군 당국 등의 조사결과 이들이 타고 온 배에는 먹다 남은 두 주먹 크기의 돼지고기와 나무연료, 20ℓ짜리 기름통 2개, 배낭, 소금포대, 기름에 찌든 체육복 바지등이 있었다. 또 목선은 경운기 엔진으로 움직이는 것이었다. 이들은 또 확실한 귀순의사와 함께 북한으로 되돌아 가는 것을 완강히 거부하고있다. 당국은 이들을 중앙의 모처로 이송, 정확한 귀순동기와 이동경로 등을 조사할계획이다. 한편 김씨 등이 탄 목선이 어민들에게 발견되기까지 우리 군경은 이를 전혀 알지 못해 고성∼강릉의 동해(바다)와 해안 경계는 이번에도 허점을 드러냈다. 지난 96년 북한 잠수함의 강릉 해안 침투 당시에도 어민이 북한 잠수함을 발견해 신고했다. yoo21@yna.co.kr (강릉=연합뉴스) 유형재.이종건기자 mom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