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명과학이 1백6년의 한국 제약 역사를 다시 썼다. 1897년 국산 의약품이 나온 이후 처음으로 LG의 팩티브가 미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신약 승인을 받았기 때문이다. FDA 신약 등록 국가가 전세계 10여개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할 때 한국 제약산업의 위상을 한단계 끌어올린 것으로 평가된다. 그간 다국적 제약업체가 개발한 오리지널약을 모방, 판매하는데 급급해온 국내 다른 제약회사도 이를 계기로 신약 개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 ◆ 팩티브, 얼마나 팔릴까 LG생명과학은 오는 6∼7월께 팩티브에 대한 건강보험 약가가 책정되는대로 국내 판매에 들어갈 계획이다. 미국에서는 전략적 제휴업체인 진소프트를 통해 연내 팩티브를 내놓을 방침이다. 향후 3∼4년뒤부터 본격적으로 팔리면서 연간 7천만달러의 수익을 올릴 것으로 예상된다. 추연성 LG생명과학 제품개발담당 상무는 "빠르면 2006년께부터 전세계적으로 연간 3억2천만달러가량 팔릴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팩티브 특허만료기한은 오는 2015년. 팩티브로 인해 향후 10년간 LG가 올릴수 있는 수익은 11억달러(1조3천8백억원) 가량으로 추산된다. 1991년 LG가 팩티브 개발에 착수한 이후 12년간 쓴 돈은 5백억원가량. 예상대로 팔린다면 LG는 투자액의 27배 가량을 벌게 되는 셈이다. ◆ R&D 비율 35%로 업계 최고 LG생명과학이 팩티브 신약 승인을 받게된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매출액 대비 연구개발(R&D) 비율이 35% 수준으로 국내 제약업체중에서 가장 높다. 연구개발 과정에 곡절도 많았다. 홍창용 박사(신물질착상.합성), 남두현 박사(신물질합성.공정), 김인철 박사(개발후보선정.전임상개발), 추연성 박사(임상개발.제품허가) 등은 연구 3년만에 신약 후보물질을 발굴하는데 성공했다. 회사측은 천문학적인 임상시험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데다 의약품으로 빨리 판매하기위해 다국적 제약업체인 스미스클라인비첨(SB)과 제휴를 맺고 SB의 자금으로 40여개국에서 임상시험을 실시했다. SB는 1999년 12월 FDA에 '팩티브'란 이름으로 신약 승인을 신청했다가 유보되는 좌절을 겪었다. SB가 글락소와 합병되면서 설립된 GSK는 2002년 4월 공동개발을 포기했다. 이로인해 LG생명과학은 독자적으로 신약 개발작업에 착수했다. 결국 LG의 힘으로 신약 등록을 성사시킨만큼 GSK와의 '결별'은 결과적으로 전화위복이 된 셈이다. ----------------------------------------------------------------- 팩티브 =만성 기관지염과 폐렴 등 호흡기 질환 환자들에게 사용되는 퀴놀론계 항균제로 그동안 널리 사용되어온 페니실린계 항균제를 대체하는 차세대 항균 신약이다. 기존 항균제보다 약효가 우수하며 내성을 가진 균주에 특히 효과가 뛰어난 것으로 임상시험에서 밝혀졌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