風和日暖鳥聲暄, 풍화일난조성훤 垂柳陰中半掩門, 수류음중반엄문 滿地花落僧醉臥, 만지화락승취와 山家猶帶太平痕, 산가유대태평흔 -------------------------------------------------------------- 화창한 봄날 새들 지저귀는데/수양버들 그늘 속에 문 반쯤 닫혀 있네/뜨락에 가득 꽃잎 지고 스님은 취하여 누웠는데/산골은 마을 그대로가 태평세월이로다 -------------------------------------------------------------- 고려 이규보(李奎報)가 읊은 '봄날 산사를 찾아서(春日訪山寺)'이다. 봄은 바람을 타고 찾아오고 봄볕은 따사롭다. 그리고 봄날 새 울음소리는 사람 귀에 한결 경쾌하게 들린다. 연두빛으로 물이 오른 버드나무 가지가 하늘거리면 님을 그리는 여인의 마음도 함께 설레인다. 꽃잎 지는 계절 스님이 취한 것도 술이 아니고 봄의 흥취일리라. 옛날 산사 주변은 이토록 태평세월이었거늘 이봄 사막에는 어쩌자고 피바람만 몰아치는가. 이병한 < 서울대 명예 교수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