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무쌍 山水 담백함에 담다..'실경산수 대가' 하태진 화백 퇴임기념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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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화단의 양대 산맥인 서울대와 홍익대는 서로 다른 화풍을 이어오고 있다.
월전 장우성 화백과 그의 제자들인 박노수 서세옥 등 서울대 출신 작가들이 문인화풍이라면 홍익대는 천경자 화백의 영향으로 채색화가 중심이었다.
청전 이상범과 변관식의 진경산수가 홍익대의 화풍으로 자리 잡기 시작한 것은 1970년대말 무렵부터였다.
30년 가까이 홍익대에 몸담은 하태진 화백(65)은 청전을 흠모하며 실경산수의 맥을 이어온 작가다.
이번 학기를 끝으로 정년 퇴임하는 그가 9일부터 서울 인사동 갤러리상에서 퇴임 기념전을 갖는다.
6년만에 갖는 이번 전시에는 30호에서 1백호에 이르는 수묵 실경산수화 40여점을 선보인다.
물과 산을 함께 어우르는 대부도 제주도 한려수도의 풍경과 2년 전 방문한 중국의 황산(黃山) 장가계(張家界)를 화폭에 담았다.
하 화백의 실경산수는 철저하게 사생을 바탕으로 한 게 특징이다.
곰소 고흥 애월리 등이 꾸밈없이 수수한 아름다움으로 다가온다.
김상철 공평아트센터 관장은 "실경이지만 작가의 주관적 심상과 한국화의 무위자연 전통이 배어나와 담백하면서도 흑백의 대비가 강렬하다"고 설명한다.
담채를 혼용한 중국 풍경은 기암괴석의 골짜기와 봉우리의 산세를 자유롭게 표현했다.
실경을 바탕으로 스케일이 큰 그의 화풍은 1960∼70년대의 다양한 실험작업을 거쳐 80년대 들어서야 등장했다.
80년대 말부터는 수묵의 기운이 강조된 발묵 산수로 발전했다.
실경의 정신은 취하지만 세세한 묘사는 제거해 활달한 기세를 보여주는 화면으로 바뀌었다.
작가는 실경산수를 고집하는 데 대해 "자연의 무궁함에 인간의 상상력은 얼마나 초라한가"라고 되묻는다.
22일까지.(02)730-0030
이성구 미술전문기자 sk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