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에서 간호사로 활동하다 화가로 전향한 색다른 이력을 갖고 있는 재독작가 송현숙씨(51)가 9일부터 서울 소격동 학고재화랑에서 개인전을 갖는다. 지난 96년 금호미술관에 이어 국내 두번째 개인전으로 템페라 기법을 이용한 평면화 20여점을 선보인다. 안료에 달걀 노른자 등을 섞어 쓰는 템페라 기법은 중세 이후 유럽에서 유행했다. 전남 담양의 산골마을 출신인 송씨는 고교 졸업 후 1970년대초 독일로 건너가 간호사로 활동하다 함부르크 미대에 입학해 전업작가로 방향을 바꿨다. 대나무를 연상시키는 연두색 바탕에 대나무,하얀천,장독,기와집,처마밑 기둥에 매달린 기름병 등의 이미지가 중첩된 화면은 고향에 대한 향수와 동경을 애절하게 담았다. 선으로 시작해 선으로 끝나는 작가의 작업방식은 단순하지만 메시지를 상징과 생략,은유로 녹여내 오히려 강렬한 느낌을 준다. 작품 제목도 특이해 '7획''25획''1획 위에 7획' 등 붓질 획수를 제목으로 붙였다. 실제로 작품에는 바탕색을 빼고 숫자만큼 붓질이 돼 있다. 송씨는 "어머니가 어린 나의 손을 잡고 신수를 보러 갔는데 관상쟁이는 내 이름이 아닌 생년월일을 물은 기억이 난다"며 "어릴 적의 기억을 살려 붓질을 작품의 생년월일로 삼고 싶었다"고 말한다. 23일까지.(02)720-15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