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토종 PC업체들이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다. 미·이라크 전쟁과 세계적 경기침체 여파로 수출전선에 비상이 걸린데다 내수시장에서도 외산업체의 공세에 밀려 고전하고 있다. 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1·4분기 국내 PC시장(조립PC 제외)규모는 63만5천대로 전년동기의 74만5천대에 비해 14.7% 감소했다. 업체별로는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현주컴퓨터 등 토종 PC업체들의 판매량이 큰 폭으로 감소했다. 삼성전자는 1·4분기 데스크톱PC 판매대수(잠정치)가 19만대로 전년동기대비 30% 격감했고 노트북도 6만2천대로 13.9% 줄었다. 삼보컴퓨터의 경우 노트북판매는 1만8천대로 32% 늘었으나 데스크톱PC는 11만3천대로 지난해 같은기간보다 30% 감소했다. 현주컴퓨터는 9% 가량 감소한 7만대의 데스크톱PC를 판매하는데 그쳐 3위 자리를 LGIBM(7만1천대)에 넘겨줬다. 반면 이 기간중 한국HP 도시바코리아 등 외산업체들의 판매는 호조세를 보였다. 지난해 컴팩과 합병 이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펼치고 있는 한국HP는 데스크톱PC와 노트북 모두 높은 신장세를 기록했다. 데스크톱PC는 2만7천대에서 5만5천대로 1백3.7%,노트북은 1만8천대에서 2만8천대로 55%의 판매증가율을 보였다. LG전자와 IBM의 합작회사인 LGIBM은 1·4분기중 2만3천8백대의 노트북을 판매,50%의 높은 신장세를 보였다. 지난해 2월부터 국내 영업을 본격화한 도시바코리아는 1·4분기 2천6백67대에서 올해는 1만3천6백대를 판매,시장점유율을 크게 높였다. 기업시장에 주력하고 있는 한국후지쯔는 지난해와 비슷한 1만대를 팔았다. 국내 PC업체들의 수출전선에도 이상기류가 형성되고 있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지난 1·4분기중 컴퓨터 수출은 30억6천만달러(잠정치)로 작년과 비슷한 수준이었다. 그러나 삼성전자 삼보컴퓨터 등 주요 업체들이 생산라인의 해외이전을 추진하고 있는데다 해외 PC수요 부진 등이 겹쳐 3월부터 감소세로 돌아섰다. 업계 관계자는 "삼성전자와 삼보컴퓨터가 독주하던 국내 PC시장에서 외산업체들의 입지가 갈수록 강화될 것"이라며 "수출시장마저 흔들리고 있어 국내 PC산업 전망이 갈수록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박영태 기자 py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