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스(SARS·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도 중국 경제의 고도성장세를 막지는 못할 것이다." 중국의 우이(吳儀) 부총리는 최근 중·프랑스 경제연구회에 참석,"중국 경제가 올해 목표로 제시한 7% 안팎의 성장을 달성하는 데 별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사스가 세계 경제의 악재가 되고 있다는 우려가 확산되던 시점이라 그의 발언은 '사스가 중국 경제에 악영향을 줄 것'이라는 주변의 우려를 불식시키기 위한 것으로 비쳐졌다. 신화통신이 '비전형 폐렴(사스의 중국 명칭),홍콩 경제에 미치는 영향 미미'란 제목으로 ING베어링증권의 전문가 분석을 보도한 것도 이같은 우려를 희석시키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ING의 킹스턴 리 중국리서치 팀장은 "사스가 홍콩의 금융시장에 끼친 충격이 조만간 사라질 것"이라며 "최근 증권시장의 슬럼프를 매수 기회로 봐야 한다"고 말했다. 신화통신은 그러나 리 팀장이 올해의 홍콩 경제성장 전망치를 3%에서 2.5%로 낮춘다는 내용은 보도하지 않았다. 중국 국가여행국이 베이징 주재 외국여행사 및 항공사 관계자들을 상대로 긴급 기자회견을 가진 것 역시 중국 정부의 불안감을 엿보게 한다. 순강(孫鋼) 국가여행국 부국장은 "미국 일본 등 15개국 정부가 중국 여행 자제를 당부했다"면서도 "중국 전역을 안전하고 건강하게 여행할 수 있는 것을 완전보증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정부는 사스의 경제 악영향을 우려해 쉬쉬한 것 때문에 더 큰 경제 충격을 걱정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사스가 맨 먼저 보고된 광둥성은 주장(珠江)삼각주의 핵심 지역이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차지하는 주장 삼각주는 상하이를 축으로 한 창장(長江)삼각주와 함께 중국 경제의 양대 성장엔진이다. 성장엔진에 해가 될지도 모를 정보를 공개하고 싶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경제성장 일변도의 정책 때문에 공개적이고 투명해야 하는 행정의 기본을 지키지 않을 경우 경제에 큰 짐을 지울 수 있다는 점을 사스 사태는 보여주고 있다. 베이징=오광진 특파원 kjo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