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바그다드 진입] "戰後 OPEC 체제 붕괴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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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유가를 좌지우지해온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위상이 이라크 전쟁 이후 급속히 추락할 것이란 관측이 흘러나오고 있다.
일부에선 OPEC의 붕괴 가능성 마저 제기하고 있는 실정이다.
전후 이라크가 '복구비용 확보'란 명분을 내세워 OPEC의 원유 생산량 규제를 무시하고 대규모 증산에 나설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OPEC을 탈퇴할 수도 있다.
또 이라크의 증산이 여타 산유국들의 '원유생산 늘리기'를 부추겨 향후 유가가 20달러대 이하로 급락할 것이라는 분석도 설득력을 얻고 있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 7일 뉴욕상품거래소 장외거래에서 서부텍사스중질유(WTI) 5월물은 지난주말 대비 3% 하락한 배럴당 27.77달러에 거래됐다.
이로써 국제유가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에 최후 통첩을 보낸 지난달 17일 이후 20% 급락했다.
◆ 이라크 증산시 OPEC 붕괴 가능성 =런던 소재 국제에너지연구센터(CGES)의 리오 트롤라스 연구원은 6일 "이라크가 전후 복구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산유량을 최대한 늘릴 것"이라며 "하지만 OPEC으로서는 이라크의 증산이 다른 회원국들의 쿼터 축소를 의미하기 때문에 이를 거부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이런 상황에서 이라크가 탈퇴카드를 빼들 경우 OPEC의 붕괴로 이어질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전쟁 전 하루 2백50만배럴을 생산해온 이라크가 생산시설을 복구, 단기간 내 이란 수준(하루 3백60만배럴)을 요구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네일 패트릭 연구원도 "이라크가 단기간 내 OPEC을 탈퇴할 가능성은 낮지만 원유 생산량을 놓고 회원국 간 분쟁이 심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라크가 미국의 '트로이 목마'가 될 수도 있다"며 "이라크가 원유 생산능력을 확대할 경우 사우디아라비아와 증산경쟁에 나설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전문가들은 이라크의 증산으로 OPEC이 완전히 와해될 가능성은 적지만 그동안 원유시장에서 누려온 막강한 가격결정력은 크게 약화될 것으로 보고 있다.
◆ 국제유가 배럴당 20달러 밑돌 가능성도 =이라크의 증산에 따른 OPEC 위상 추락은 궁극적으로 국제유가의 결정적 하락요인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높다.
OPEC은 그동안 회원국 간의 산유쿼터 조절을 통해 국제유가를 통제해 왔다.
하지만 이라크 전쟁 이후 전세계 산유국들이 앞다퉈 증산 경쟁에 나서면 유가는 급락세로 돌아설 가능성이 크다는게 전문가들의 일반적 진단이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 국제석유시장에도 연초 나돌았던 '유가 급등설' 대신 '걸프전 재연설'이 급속히 힘을 얻고 있다.
1990년 9월 이라크가 쿠웨이트 침공 당시 배럴당 40달러를 넘어섰던 유가가 이듬해 1월 미국 주도의 다국적군이 이라크를 공격하면서 15달러선으로 급락한 전처를 밟을 것이란 얘기다.
이라크 전쟁이 마무리되면 그동안 국제정세 불안을 틈타 극성을 부렸던 투기 세력들이 대거 이탈할 것이라는 관측도 있다.
뉴욕소재 민간외교기관인 외교위원회의 에너지산업 전문위원인 필립 베레저는 "일부 투자자들이 헤지물량을 매도하기 시작했다"며 "유가가 조만간 20달러 이하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신동열 기자 shin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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