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위기 이후 국내 제조업체들 간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상위 5대 기업이 전체 매출액의 20%,영업이익의 30%를 각각 차지했고 상위 25% 기업의 이자보상비율은 1천%(연간 영업이익으로 이자의 10배를 감당할 수 있다는 의미)에 육박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같은 사실은 한국은행이 국내 2천개 제조업체의 경영성과를 분석해 7일 내놓은 '국내 기업의 경영성과 분포추이 분석' 보고서에서 밝혀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상반기중 상위 5대 기업의 매출액이 전체 제조업체 매출액에서 차지하는 비중(매출액 집중도)은 19.4%로 조사됐다. 이는 한은이 기업경영분석 통계를 내기 시작한 지난 91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이다. 매출액 집중도는 △98년 14.5% △99년 15.7% △2000년 17.1% △2001년 18.1% 등 해마다 높아지는 추세다. 상위 5대 기업의 영업이익 집중도 역시 30.0%로 전년(24.1%)보다 5.9%포인트 높아졌다. 한은은 이처럼 우량 대기업 위주로 매출 영업이익 등 경영실적이 개선됨에 따라 상.하위 업체간 재무안정성이나 수익성 격차가 갈수록 확대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부채 상환능력을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은 상위 25% 기업이 지난해 상반기 9백86.7%로 2001년말(5백84.4%)에 비해 4백%포인트 이상 급등했다. 반면 하위 25% 기업은 전년(81.1%)보다 오히려 5.1%포인트 낮아진 76.0%에 그쳤다. 또 상위 5% 기업과 하위 5% 기업간 매출액 영업이익률 격차는 2000년 26.2%포인트에서 2001년 30.0%포인트, 지난해 상반기에는 38.2%포인트로 더 벌어졌다. 한은 관계자는 "상위 몇몇 기업을 빼면 대부분 기업들이 수익성 제고를 위한 경영합리화와 고부가가치 제품 개발이 절실하다"며 "정부와 금융회사도 기업구조조정이 원활하도록 기업퇴출제도를 정비하고 여신심사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재석 기자 yago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