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96년 4월 7일에 발간된 독립신문은 창간논설에서 이 신문이 나아갈 방향을 다음과 같이 천명하고 있다. "무슨 당에도 상관이 없고 상하귀천을 달리 대접하지 아니하고 조선 전국민을 위하여 무슨 일이든지 대언하여 주려 함이다. 정부에서 하는 일을 백성에게 전하고 백성의 정세를 정부에 전할 터이니,백성이 정부 일을 자세히 알고 정부에서 백성의 일을 자세히 알면 피차에 유익한 일이 많을 터이고 공평한 마음과 의심하는 생각이 없어질 것이다." 1백년이 지난 지금에도 이 창간사설은 시사하는 바가 많은 것 같다. 국민 모두에게 차별을 두지 않고 정부와 국민 사이에서 정보가 막힘 없이 소통되도록 하는 일이 신문의 역할이기 때문이다. 신문을 '사회의 창(窓')이라 하고 '사회의 목탁'이라고 하는 것은 신문의 사명에 대한 또 다른 표현일 뿐이다. 어제 47회 신문의 날을 맞았다. 서재필 박사가 주도한 독립신문의 창간일을 지난 1967년 신문의 날로 정해 매년 신문의 존재의미와 중요성을 되새기고 있다. 올해 표어는 '독자에게 떳떳한 신문,역사 앞에 당당한 언론'으로 정했다고 한다. 이는 곧 언론 본연의 책무이기도 하다. 그러나 신문에 대한 논란은 새 정부 들어 격화되고 있는 듯하다. 책임 있는 당국자들이 '언론과의 전쟁' '오보와의 전쟁'을 공공연히 언급하면서 언론이 공존이 아닌 대립의 존재로 비쳐지고 있는 것이다. 정부 각 부처에서 브리핑제도를 도입한다며 기자실을 없애고 있고 사무실을 찾아 취재하는 것도 자유롭지 못하다. 청와대가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 활동기간중 오보와 과장·허위보도라고 내놓은 소위 '언론 오보집'도 따지고 보면 오보라고 단정하기가 애매한 부분이 많다. 상당수 기사는 이미 사실로 판명이 났으며 시각에 따라 얼마든지 다른 해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어느 시대를 막론하고 공정한 언론에 대한 시비는 있게 마련이다. 다만 '공정'하고자 하는 언론의 자기혁신도 계속돼야 하는데 이런 점에서 언론의 사명을 강조하는 독립신문의 창간사를 다시 한번 음미해 봄직하다. 박영배 논설위원 youngba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