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샤엘 리히터 한국베링거인겔하임 사장(58)은 1주일에 4회 가량 서울 장충동 서울클럽을 찾는다. 오전 6시∼6시30분께 도착한 뒤 운동복으로 갈아입고 자전거에 올라간다. 20분간 맥박수가 분당 1백40∼1백50회가 되도록 페달을 밟는다. 유산소운동 효과를 최대한 얻기 위해서다. 이어 아령이나 바벨,벤치프레스 등과 20∼30분간 '씨름'한다. 25년전 디스크 수술을 받아야 할 위기를 가까스로 넘긴 뒤 척추를 지탱하는 근육을 강화하는 운동을 꾸준히 해왔다. 40∼50분동안 땀을 흘리고 난 뒤 사우나로 옮겨 잠시 샤워를 한다. 이어 30분간 냉탕과 열탕을 계속 드나든다. 냉·열탕 목욕을 즐기는 모습을 보면 독일인이란 사실이 의심스러울 정도다. 찬물을 온몸에 끼얹은 뒤 사우나에서 나온다. "지난 97년말 호주베링거인겔하임 사장으로 있을 때 현지 한국인 친구들이 '내년부터 한국에서 일하게 되면 반드시 냉·열탕 목욕을 하라'고 권하더군요. 처음에는 물이 너무 뜨거웠는데 이젠 견딜만합니다. 목욕을 마치고나면 일순간이지만 마치 20년은 젊어진 기분이 듭니다." 리히터 사장은 해외 출장을 가면 더욱 열심히 운동한다. 평소보다 과식하게 마련인데다 각종 회의 등으로 몸도 혹사당하기 때문이다. 이달초 남아공에 갔을 때에도 매일 6시에 일어나 호텔 헬스클럽과 수영장에 '출근'했다. 지난 64년 베링거인겔하임 본사에 입사한 그는 82년 이후 필리핀 호주 한국에서 현지법인 사장으로 근무하고 있지만 골프는 치지 않는다. 골프보다 '정서적인 지원'(emotional support)이 건강에 더 도움을 준다고 믿기 때문이다. 지난 74년 결혼한 필리핀인 아내 폴리 리히터(52)와 대화를 하면서 정신적인 안정과 위안을 받고 있다. "지난 69년 독일을 떠난 뒤 고국과 환경이 다른 5개국에서 근무해왔죠.객지 생활을 하다 보니 무엇보다도 아내가 외롭고 힘든 때가 많았습니다. 서로 돕고 의존하는 처지에 휴일이라고 골프장에 가겠다고 말할수 없더라고요. 게다가 큰아들과 작은 아들은 영국 런던에,딸은 미국 워싱턴DC에서 살고 있어 아내 혼자 내버려둘수 없는 처지입니다." 리히터 사장은 아내와 집에서 쉬면서 국제전화 등으로 자녀들의 안부를 자주 묻는다. 은퇴 계획도 짠다. 전세계에서 일하는 베링거 임직원에 대한 근황도 빼놓을수 없는 대화 주제다. 그가 지켜온 생활신조는 아무리 회사 일이 복잡하고 어렵더라도 퇴근하면 그 문제에서 벗어나자는 것.집에 온 뒤 비즈니스와 단절하기 위해 음악 감상이나 독서 등으로 소일하거나 잠을 잔다. 근무시간에 최선을 다했다면 마땅히 회사인간으로서의 '스위치'도 꺼야한다는 것이 그의 논리다. 이처럼 육체및 정신건강에 유의해온 덕택에 그는 지난 2월말 독일에서 실시한 정밀건강진단에서 '아주 건강하다'는 판정을 받았다. 리히터 사장은 한국음식 예찬론자다. 다른 나라 음식보다 지방분이 적은데다 야채가 많아 건강에도 좋다고 호평한다. "한국에 온 뒤 콜레스테롤 수치가 낮아졌습니다. 저는 된장찌개를,아내는 비빔밥을 좋아하죠.4년후 은퇴한 뒤 필리핀에서 살 작정인데 아무래도 한국 생각이 많이 날 것 같습니다." 그는 국내에 진출한 28개 연구중심 제약회사들의 모임인 한국다국적의약산업협회(KRPIA) 제6대 회장으로 최근 선임되는 등 리더십을 인정받고 있다. 최승욱 기자 swchoi@hankyung.com